[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가이드라인 보완 실효성 높여야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고와, 2020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황당한 죽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산재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지 1년 만에 시행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지난 한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828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도 일터에서의 죽음은 계속됐다. 광주의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붕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졌다.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충돌, 추락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대로 산업재해는 다단계 구조의 제일 밑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책임은 하급 관리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만들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노동자 안전과 작업환경 개선에 나서라는 촉구다. 법 시행으로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비윤리적 행태를 바로 잡아 ‘산재 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역량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법이 뿌리 내리도록 힘을 쏟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입법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처음 시행되는 법이다 보니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때문에 시행 첫 날, 상당수 건설업계가 휴무에 돌입했다. 중대재해법 처벌 1호를 피하기 위해서다. 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실효성과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노동자 사망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해석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중소기업의 다양성과 중대재해 사고의 복잡성을 고려해 사례별로 구체적인 면책 기준을 밝혀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얻어진 법이다. 더 이상 일터에서 참혹하게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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