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도덕한 후보’ ‘불안한 후보’ ‘믿음 안 가는 후보’/그럼에도 설 민심은 이미 ‘찍을 후보’를 확정했다

설 민심은 이재명 후보를 향해 부도덕성을 말했다. 형수 욕설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고인인 형 이재선씨와의 비방 등도 많이 거론됐다. 그를 둘러싼 전반적인 가족 리스크가 설 밥상에 올랐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도 흠집으로 지목됐다. 1조원대 특혜 개발에 대한 책임 소재다. 사건 관계인들의 잇단 죽음이 많이 거론됐다. 설 연휴 직전 터진 아내 김혜경씨 공무원 보좌 논란도 설 민심에 구설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를 향한 설 민심은 불안감이다. 수권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얘기됐다. 국가 경영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도리도리’로 표현되는 토론 능력 부족도 많이 얘기됐다. 윤 후보의 비위 의심도 깔끔하지 않다. 공수처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얘기됐다. 아내 김건희씨 리스크도 여전히 불안 요소다. 향배를 알기 어렵다. 연휴 직전 제기된 ‘(대장동) 김만배의 특수 관계 의혹 녹취록’도 거론됐다.

안철수 후보는 존재감이 없었다. 언론에서는 그를 대선판의 최대 변수라고 추켜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설 밥상에서의 비중은 작았다. ‘철수 정치’라는 선입감이 컸다. 어차피 또 그만둘 후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난조차도 안 후보에는 인색할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 심상정 후보의 존재감은 더 작았다. 좋고 나쁨의 판단이 아예 없었다. 나머지 후보들은 거론되지 않거나 희화화됐다.

특이한 점이 있다. 1, 2위를 달리는 후보가 가혹하게 트집 잡힌 설 민심이었다. ‘나쁜 후보’, ‘불안한 후보’가 설 민심이었다. 그럼에도 ‘후보를 이미 정했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80% 정도의 응답자가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쁘더라도, 불안하더라도 지지할 후보를 결정했고, 계속 지지하겠다는 얘기다. 예년 대선 한 달 전에 비해 전혀 낮지 않다. 대선을 지배하고 있는 큰 틀의 바람이다.

설 민심에 정확한 수치는 없다. 여론조사가 있다지만 전국 통계 속에 한 귀퉁이 분석일 뿐이다. 그래서 살핀 것이 우리에 피부로 전달되는 경기도의 설 민심이다. 그랬더니 거기서 ‘찍을 후보 이미 결정했다’는 얘기가 막 전달돼온 것이다. 후보 개인의 평가를 넘어서는 선택의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선거 운동도 오늘부터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그 기준을 찾아내고 그 기준에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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