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잉 의전’ 사과 김혜경씨, 진실 규명에도 협조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인 김혜경씨가 ‘과잉 의전’ 등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김씨는 9일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 연휴부터 이어진 일련의 논란과 관련, 김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론이 호전되지 않자 대면 사과를 하게 된 것이다. 김씨 말대로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줬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사에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

이번 논란은 경기도청의 5급 공무원이자 김씨 측근으로 알려진 배모씨가 별정직 7급 A씨에게 김씨와 관련한 개인적 지시를 했다는 의혹에서 불거졌다. 김씨는 ‘자신의 불찰’이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냈고, 이재명 후보도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감사를 통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잇단 녹취록 공개 등을 통해 약 대리처방과 음식 배달, 법인카드로 소고기 구매, 명절때 친인척 선물배달, 제수음식 마련 등의 의혹이 공무원의 불법·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으로 번졌다. 김씨 사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씨와 함께 ‘배우자 리스크’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어설픈 사과와 궤변 등 부적절한 대응도 국민 분노를 자극했다. 과잉충성이 빚은 일탈로 치부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김혜경씨가 머리숙여 사과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구체적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도 포괄적 사과에 대해 “동문서답식 사과”라고 비판했다.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제보자 A씨가 피해자임을 분명히 했고, 수사와 감사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으니 많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그 배우자도 영향력이 큰 만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의 배우자를 둘러싸고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상당히 낮다. 대신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는 높다. 김씨는 회견에서 약속한대로 수사를 포함한 각종 검증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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