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역행, 막무가내 진료 거부 대책 없어
정부가 코로나19 검사체계를 신속항원검사 체계로 바꾼 뒤에도 인천지역 일부 병·의원이 감기 및 호흡기 환자에게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요구하면서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일반 병·의원의 호흡기 환자 응대 지침 등을 내놓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중앙대책방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호흡기 전담 병·의원을 제외한 일반 병·의원들의 호흡기 환자 응대 지침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일부 병·의원에서는 기존의 환자를 보호하고, 코로나19 확진자의 방문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이유로 PCR검사 음성확인서가 없는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결국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신속항원검사 음성 판정을 받고도 10만원 안팎의 돈을 내고 유료 PCR검사를 받은 뒤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반복하는 셈이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박미영씨(35)는 지난 9일부터 딸(3)에게 고열증상이 나타나자 인근 소아과에 진료를 문의했지만, “PCR검사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박씨는 “아이는 아픈데, 신속항원검사는 계속 ‘음성’이 나오니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결국 인근 소아과는 못 가고, 나사렛병원으로 가서 유료 PCR검사를 받고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이은영씨(29)도 지난 4일 감기몸살 증세로 병원진료를 받기 위해 인근 동네 병원으로 향했으나, “호흡기 질환이라 PCR음성확인서가 있어야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다. 이씨는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보여줬는데, 소용없었다”며 “김포에 있는 병원에서 10만원 정도 주고 검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 남동구의 한 가정의학과에서는 문 앞에 ‘발열 및 호흡기환자는 PCR음성확인서 미지참시 진료 불가’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방역당국이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전혀 내놓지 않으면서 병·의원이 ‘PCR 음성확인서’를 요구하며 진료를 거부하더라도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중구난방 정책을 내놓다보니 혼란을 만들고 있는 형국”이라며 “민간 병·의원들도 신속항원검사 체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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