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슬기로운 생활과 대통령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 전국적으로 5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을 둘러싼 세계와 환경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미래에 대한 태도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줄어들고, 비대면(언택트) 커뮤니케이션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낯설게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이를 받아들이고 비대면과 온라인을 통한 생활에 길들여져 가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혹여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 해도 그와 비슷한 바이러스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계속 위협해 올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이후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아예 이번 기회로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시대로 많은 것이 막히고 불편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슬기로운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중에 제일로 ‘독서’를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난다. 책은 시간을 잇고 공간을 연결한다. 책 속엔 없는 게 없다. 그 모든 걸 나 혼자 조용히 ‘독서’를 통해 만나고 생각하고 품으면 된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활동의 으뜸이야말로 독서다.

다독가이자 장서가였던 기호학자 겸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책이야말로 ‘완벽한 것’이라고 했다. “책은 수저, 망치, 바퀴처럼 한번 발명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이라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인터넷 시대가 돼도 책의 용도에 관한 한 그 무엇도 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진실을 일찍이 간파한 것이다.

바야흐로 4차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 근저에는 당연히 지식과 창의력을 기초로 해야 하고, 이를 창출하는 힘은 바로 책에서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T) 최강국인 한국이 정작 독서율 빈곤에 허덕인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해답은 ‘누구나 책, 어디나 책’으로 ‘함께 읽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

대선 정국을 맞아 후보들마다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문화 예술 분야, 특히 지식과 창의력의 보고인 출판과 독서 진흥 관련 공약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공약은 둘째치고 책을 가까이 하는 ‘슬기로운 대통령’을 우리는 언제나 맞을 수 있을는지.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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