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정치, 공동선을 찾는 사랑

제20대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천주교 신부가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비판과 뭇매가 뒤따랐지만, 사실 교회의 수장이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 이야기를 참 많이 꺼낸다. 오히려 교황은 정치가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라며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호소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은 일부 정치인들의 실수, 부패, 무능 때문에 흔히 정치를 불쾌한 표현으로 여긴다. 그리고 정치를 불신하게 하고 경제로 대체하려 하거나, 하나의 이념이나 다른 이념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존재한다. 암울하지만 ‘정치 없이 우리 세상이 돌아갈 수 있는가?’ ‘올바른 정치 없이 보편적 형제애와 사회 평화를 향한 효과적 발전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고 교황은 반문한다. (〈모든 형제들〉 176항)

교황은 이미 정치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의무입니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선(common Good)을 찾기 위한 사랑의 최고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종교가 왜 정치에 개입하려 하느냐?’라며 정교분리(政敎分離)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 비판하지만, 교황은 오로지 이웃사랑이라는 계명을 바탕으로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

이는 그의 행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가난한 자의 벗’, ‘거리의 교황’이라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이름부터가 파격적이었다.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살며, 평생을 병든 자와 가난한 자를 위해 헌신한 성 프란치스코를 교황의 이름으로 채택한다. 또한 교황궁이 아닌 게스트룸에 거주하고 있으며, 방탄 안 되는 소형차를 이용하며 민중과 성직자 사이의 담을 허물었다. 불법 이민자 수용소에서 이민자들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추며, 이민자들에 대한 국제적 무관심을 비판했고,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에 대해 새로운 독재라며 질타했다. 언제나 세상의 불평등과 억압에 목소리를 높였고, 자국민들도 건들기 어려운 마피아를 파문하기도 했다. 청소부와 노숙자를 교황청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나누고 난민들의 섬을 먼저 찾아가 고통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내부 부패의 사슬을 먼저 끊자는 의지로 부패한 정치인뿐만 아니라 마피아와 결탁한 바티칸 은행을 개혁했고, 사제의 성추문에 대해 통곡하며 교회의 형벌 제도를 더욱더 엄격하게 개정했다.

분명 다른 색깔의 정치 참여다. 비리와 음모가 가득한 사회 속 비호감 정치인들의 모습에서도 누군가 뿌린 선의 씨앗 때문에 숨겨진 희망이 자라나고, 나보다는 다른 이들이 맺게 될 열매들을 기대하는 일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이는 모든 사람과 모든 세대와 모든 지역에 숨겨진 선의 보고(寶庫)에 대한 확신과 희망에서 비롯된다. 정치 지도자들이 단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지지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투표했는가?”에 매몰되기보다 “나는 국민들에게 더 잘 봉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사랑하는가?”, “나는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겸손하게 모든 이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가?”라고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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