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민의힘 쪽은 이랬다. 더불어민주당보다 열기가 덜 했다. 후보군이라 할 구도조차 안 잡혔다. 전·현직 국회의원이 몇 거론될 뿐이었다. 그나마 여론에서 민주당 후보군에 크게 밀려나 있었다. 유일한 선두권이 김은혜 의원 정도다. 본인들의 의지도 확실치 않았다. 어떤 후보자는 생각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어떤 후보자는 난데 없이 서울 지역 보궐 선거판을 기웃거렸다. 어떤 의원은 지역구에서조차 잊혀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재미있는 화두가 등장했다. 원희룡, 나경원 전 의원 등판론이다. 원 의원은 ‘대장동 1타 강사’다. 전 제주도지사다. 나 전 의원은 원내 대표 출신이다. 당내 보수의 중심이다. 모두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경기도 행정 부지사 출신의 박수영 의원과 절친이다. 두 의원이 부각되는 이면에 박 의원의 군불 때기가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언론에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모처럼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가 얘기된다.
안된다는 얘기가 많이 돈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 원 의원은 제주도 출신이다. 제주도정을 경영했다. 경기도 지사여야 할 당위성이 없다. 나 전 의원은 서울 출신이다. 서울에서 계속 국회의원을 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어울린다. 당장 나오는 얘기다. ‘경기도에 그렇게 인재가 없냐.’ 두 사람의 차출설에 출처가 가려져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드러내 놓고 천거하기에 다소 느닷없고, 그래서 황당해 보일 수 있어서일 것이다.
나옴직한 지적이다. 그러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의 고향이 어땠나. 경기도 사람은 손학규(시흥), 남경필(수원) 둘 뿐이다. 경상도 출신이 김문수·이재명 지사 두 명이다. 서울 출신 임창렬 지사, 충청도 출신 이인제 지사다. 그들이 남긴 평가가 있다. 그때 기준은 행정 능력이었다. 경기도 출신이 더 잘했고, 타 지역 출신이 더 못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혹여 ‘콩고물’을 빼앗긴 경기도 정치꾼들 불평이라면 몰라도.
경기도는 행정 기관이다. 지사는 그걸 끌어갈 사람이다. 정치 경력은 선택이지만 행정 능력은 필수다. 원희룡, 나경원 둘의 몸값도 거기서 평가될 것이다. 사돈의 팔촌 연줄 찾아 뒤질 필요 없다. 경기도에 얽힌 추억 꾸며 댈 필요 없다. 그 시간에 공부하면 된다. 신분당선 확장 더딘 이유 찾아보고, 안양 인구 밀도 해소방안 연구하고, 연천군의 지뢰 파내기 고민하면 된다. 필요하고도 충분한 경기지사 후보의 자격은 바로 그런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