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촉즉발’ 우크라이나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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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푸른빛의 바닷물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우크라이나 농민 시인 타라스 세프첸코의 ‘흑해, 나의 고향’의 첫 귀절이다. 이 나라의 앞 바다인 흑해(黑海)는 크림반도 앞으로 펼쳐졌다. 바닷물이 검다고 붙여진 이름은 아니었다.

▶바닷물 색깔이 푸른데도 어떤 이유로 검은 바다로 불리웠을까. 크림반도 북쪽에 있다는 뜻에서 그렇다고 한다. 크림반도 남쪽에는 실제로 백해(白海)가 있다. 흥미로운 반전이다.

▶이곳의 기후는 동유럽보다는 되레 지중해와 비슷하다. 한번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그 아련한 아름다움에 평생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흑해는 유럽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다. 그만큼 절경(絕景)이다. 첫사랑을 만난 것 같은 설렘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의 표현이다.

▶키예프는 풍광이 빼어난 크림반도 한복판에 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다. 도시 한복판으로는 드네프르강이 흐른다. 시내를 거닐다 보면 중세 유럽으로 날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한다. 성 소피아 교회나 페체르스카야 대수도원 등 역사적인 건축물도 수두룩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그만큼 아름답다.

▶이곳에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낯익은 지명(地名)들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강대국 정상들이 모였던 얄타가 그렇다. 이 도시도 흑해에 둘러싸인 크림반도 남해안의 전형적인 휴양 도시다. 자작나무 숲으로 유명한 오뎃사라는 도시도 이곳에 있다.

▶최근 크림반도에 전운(戰雲)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가입을 놓고 서방과 갈등을 빚고 있으면서다. 키예프를 넘어 다수의 주요 도시가 표적으로 포함됐다. 얄타와 오뎃사 등도 공격 받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있는 돈바스는 어떨까. 외신은 러시아가 이미 돈바스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했다고 타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크림반도의 빼어난 풍광들도 송두리째 사라진다.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 대유행이 불과 100여년 전 동유럽에서 비롯됐다. 특별한 노력이 없이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일촉즉발의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는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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