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전이 막말과 증오, 저열한 선동 등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최악의 비호감 대선에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가 커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와 그 정당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위해 흑색선전과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 정책과 비전을 강조하기 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비방전에 혈안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박빙의 레이스를 펼치는 가운데 선거 분위기가 과열 양상이다. 거리마다 내걸리는 각당의 홍보 현수막과 피켓에도 비방과 흠집내기 등 네거티브 문구가 가득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9일 대선 현수막과 피켓에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내부 지침을 바꿨다. 실명이나 사진이 첨부되지 않는 경우 대부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에는 ‘내로남불’ 등의 표현도 못썼지만, 이번 선거에선 눈살 찌푸릴만한 문구들이 대거 등장했다.
선관위는 민주당이 요청한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길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 사용을 허가했다.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무당도 모자라 신천지가 웬말이냐’는 표현도 가능하다고 했다. 누가 봐도 국민의힘 윤 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선관위는 국민의힘이 요청한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라는 문구도 허용했다. ‘전과 4범은 안 됩니다’ ‘쌍욕 불륜 심판하자’ ‘쌍욕 패륜아를 뽑으시겠습니까’ 같은 문구도 써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논란을 표현한 것이다.
선관위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여러가지 홍보 문구 사용을 허용했지만 네거티브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잖아도 정책 경쟁과 검증이 실종된 채 이전투구 양상인데 거리 현수막과 피켓까지 비방 문구가 넘쳐나게 됐으니 그럴만하다. 두 후보와 양당이 뿜어내는 독설과 설전에 유권자들의 눈과 귀만 더러워지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경제위기와 양극화 심화 등으로 국민들은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힘겹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2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비상상황이다. 방역은 한계치에 도달했고, 국민의 심신 피로도 극에 달해있다. 이런 상황에 대선 후보들이 국민을 위로하기는 커녕 피로와 혐오감만 높여주고 있다. 선관위까지 가세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쓰레기같은 문구들이 난무하게 하다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대선후보와 그 정당, 선관위 모두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소가죽·굿당·무당·쌍욕·패륜·불륜 같은 단어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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