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봉투를 보는 순간, 딱 느낌이 왔죠”
돈뭉치를 끌어 안은 누군가 신발도 못 신은 채 떨고 있다면, 당신은 범죄 피해를 알아챌 수 있을까. 부천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60대 여성 임지영씨(가명)는 긴박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아찔했지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미소지었다.
지난달 18일 여느 때처럼 장사를 이어가던 임씨의 가게에 수상쩍은 손님이 들어섰다. 가게 안을 두리번대며 안절부절 못하는 손님의 품엔 현금이 가득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를 가만히 살피던 임씨의 눈에 신발도 신지 못하고 양말차림으로 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한 임씨는 메모지와 펜을 챙겨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으로 통화를 이어가는 손님에게 다가갔다. 이어 ‘안돼요. 현금은 보이스피싱이에요. 그 사람에게 돈을 받으려면 우리 카페로 오라고 하세요. 그동안 제가 경찰에 신고할게요’라고 적어 건네며 손님을 안정시켰다.
임씨는 곧장 밖으로 나가 112신고를 접수하면서 현금수거책이 눈치챌 것을 대비해 반드시 사복경찰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금수거책이 카페에 나타났고 임씨는 경찰이 도착할 시간을 벌기 위해 QR체크 인증을 요구하거나 주문을 안내하며 수거책을 붙잡았다.
임씨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수거책은 결국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을 사칭하면서 ‘대포통장에 연루됐다’는 말로 피해자에게 접근한 수거책의 손엔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 공문서가 들려 있었고, 그에게 속아 헐레벌떡 집을 나선 손님의 봉투엔 현금 510만원이 담겨 있었다.
임씨는 “손님이 피해를 안 보셔서 다행이고 우리 카페에 오셔서 통화한 것도 정말 다행”이라며 “제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4일 임씨를 ‘피싱지킴이 1호’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함께 신고보상금을 수여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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