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했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냈다.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고인은 부여고를 나와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는 발표하자마자 문단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문화부를 이끈 고인은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굴렁쇠 소년’을 연출했다.

특히 사회의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저서를 펴내며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를 비롯해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이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본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인은 <디지로그>에 대해 “‘접화군생(接化群生)’, 이게 디지로그다. 서로 접하면 산이 막 군생해서 생명이 온 세상을 덮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접하면 군생이 아니라 군사다. 서로 만나면 붙고 액세스하면 댓글이고 뭐고 죽이고자 달려든다. 그래서 접화군생으로 가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등 저서 집필에 몰두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냈다가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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