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큐브에 똑같은 조명과 연출’. 작품이 있는 미술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깨고 작품에 어울리는 공간을 연출한 전시가 열렸다. 지난 25일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개막한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이다.
오는 5월22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사진과 조각의 개념을 실험적으로 전복하는 권오상 작가와 공간의 구조와 연출을 고민하는 크리에이터 그룹 아워레이보의 협업으로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개관 3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전시는 권오상 작가의 대표작 35점과 아워레이보의 연출이 더해진 9개의 세트를 선보인다.
전시에서 관람객들을 사로잡은 포인트는 세트별 콘셉트와 권오상 작가의 작품과 어울리는 아워레이보의 공간 연출이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모터쇼 쇼케이스 현장으로 구성된 세트1이 관람객을 반겨준다. 권오상 작가가 10여년간 작업한 ‘더 스컬프쳐 3·4’는 유명 슈퍼카 엔초 페라리와 부가티 베이론을 본 딴 것이다. 아워레이보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좌대가 아닌 검은색 카펫 위에 작품을 전시해 현시대의 명품으로 인식되도록 유도했다. 또한 화살표 조명으로 모터쇼 엑티베이션 존의 느낌을 더했다. 이정현 아워레이보 작가는 “슈퍼카와 어울리는 공간, 조명으로 작품의 에너지감과 리듬감을 연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세트2로 넘어가면 권오상의 대표적인 사진 조각 연작인 ‘데오도란트 타입’의 ‘넵튠’, ‘루비 나이키 베이프’ 등이 있다. ‘데오도란트 타입’은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해 제작돼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아워레이보는 “‘데오도란트 타입’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분장실에서 쓰이는 조명인 볼 조명을 이용해 작품이 더욱 화사하고 빛나게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공간은 권오상 작가의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이 전시된 세트5다. 작품은 지난 2020년 백화점 쇼윈도에 설치됐던 것으로 입체감과 평면성을 동시에 부각시켰다. 권오상 작가는 “조명과 사운드를 시각화한 작품으로 그동안 전면만 볼 수 있었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선 다각도로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패션 잡지에 증장하는 보석, 시계 등의 이미지를 차용한 ‘더 플랫 16, 17,18’을 볼 수 있는 세트 6과 러프한 미니카가 모인 세트8 등 세트장으로 완성된 색다른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아워레이보의 공간연출로 작품의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켰다”며 “사진, 조각, 공간이라는 각기 다른 요소가 한데 모여 만들어진 전시장에서 특별한 관람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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