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을 사용하는 배다리는 역사에 없었다/역사 안 맞는 세미원 배다리, 없애야 옳다

원인은 목재 부패로 밝혀졌다. 배를 지탱하는 목재가 부패했고, 이 부분이 떨어져 배가 기울었고, 여기로 물이 차면서 침몰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세미원 배다리가 침몰한 건 지난 12일 낮이다. 길이 245m 다리의 절반이 무너졌다. 그 원인을 조사해 내린 전문가 분석이다. 대단히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결론이다. 물에 잠긴 목재는 썩는다. 썩은 목재는 유실된다. 그 위 구조물은 당연히 떠내려 간다.

군 관계자도 설명했다. ‘배다리 내구연한이 10년인데 목재가 썩으면서 다리가 무너졌다.’ 이래서 이 ‘배다리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 반드시 썩어 무너질 배다리였다. 수명 10년이 딱 정해진 배다리였다. 그런 걸 왜 만든 건가. 소비된 군민 혈세만도 25억원이다. 매년 2억5천만원의 혈세를 물속으로 흘려 보낸 셈이다. 양평군의 재정 구조가 그렇게 여유 있는 것도 아니다. 지적 받고 반성해야 마땅한 행정이다.

사고에 대한 군의 이런 설명도 있다. ‘가설 교량 구조물은 일반 공공 건축물과 달리 법에 안전과 관련된 별도의 지침이나 규정 등이 없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가설 교량 구조물에 대한 안전 지침 등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장은 알겠는데, 양평군이 할 얘기는 아니다. 그런 공법의 구조물을 택한 건 양평군이다. 거기에 연간 50만명을 통과시킨 것도 양평군이다. 법 탓할 입장 아니잖나.

주민 안전에 대한 행정의 책임은 법 유·무를 떠난다. 군이 배다리 이상을 발견한 것은 2019년이다. 목재가 썩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안전진단 업체까지 찾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1일부터는 통행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 일련의 행정 행위가 꼭 법규상 책임이 있어서 이뤄진 것인가. 아니잖나. 세미원 배다리에 대한 양평군의 안전 책임은 법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다리를 지은 순간 생긴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쩔 것인가. 우리 판단에는 없애는 게 옳지 않을까 싶은데. 역사성을 자꾸 말하는 데, 그런 면으로도 그렇다. 정조가 한강을 배다리로 건넜다. 기본적으로 임시 수단이었다. ‘정조대왕 능행차 시연’ 행사에도 등장한다. 육군 공병대가 최첨단 장비로 설치한다. 그래도 말이 날 뛰고,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난다. 역사성을 말하려면 역사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역사 어디에도 10년 사용하는 배다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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