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시기에 일회용품까지 쓰지 말라니…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3일 수원특례시 정자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자 음료가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플라스틱 빨대가 함께 제공됐다. 매장 내 테이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똑같이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가 제공됐다.
다음 달부터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매장 내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카페 점주 A씨(55)는 “환경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앞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을 때도 손님들의 반발이 심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도 시행되고 막막하다. 산 넘어 산이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고양특례시 일산동의 한 만두가게. 이곳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채 나온다. 이전에는 멜라민 그릇을 사용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감염을 우려한 고객들의 요청으로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됐다. 점주 B씨(43)는 다음 달부터 새로운 식기를 또 마련해야 하고 설거지 등으로 추가 인건비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위해 다음 달부터 카페, 식당 등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절감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4월1일부터 다시 금지된다. 11월24일부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빨대나 젓는 막대도 사용할 수 없다.
이 같은 조치에 자영업자들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비용 문제, 지원 부족 등으로 대안 마련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외식업주 150명과 소비자 1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음식점 배달·포장 일회용기 사용 및 다회용기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89.3%가 일회용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회용기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는 ‘소비자가 원치 않을 것 같아서’(38%), ‘비용이 더 비쌀 것 같아서’(31.5%), ‘지원이 부족해서’(30.1%) 등이 꼽혔다.
이와 관련 정소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환경오염은 후처리 비용보다는 예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ESG 경영에 가치를 부여하는 등 소비자들과 업체들의 인식 개선 사업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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