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느리게 움직인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 여기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예술인이 있다. 지난 5일까지 수원 라포애 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된 <창해(滄海)의 섬>에서 ‘연대기적 거북’을 선보인 김수연 작가(51)다.
김수연 작가는 지난 2019년부터 ‘연대기적 거북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 스스로가 느리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는 디지털 시대에 미술을 하는 것이 맞는지, 자신이 남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느리지만 천천히 바다를 향해 자신을 길을 나아가는 거북이처럼 본인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거북이에 빗대었다. 김수연 작가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가는 거북이처럼 나 역시 ‘미술’의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을 왜 해야 하는지', ‘왜 미술을 시작했는지’ 등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수연 작가는 작품으로 시간을 기록하고자 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시각화 한 것이다. 김 작가는 “시간이 쌓여서 세월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시간은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며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만들어지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크게 푸른 바탕의 갑골문자와 갈색 배경과 바큇자국, 거북이의 모습이 있다. 푸른 배경은 바다, 우주 등 우리가 평온함을 느끼는 공간을 의미하며 갑골문자는 여러 형태의 거북이 모양과 사람들의 표정을 나타낸다. 갈색 배경은 바닷가 모래를 의미하며 바큇자국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기계가 지나간 자리를 나타내며 거북이는 그 속을 유유히 나아가는 김수연 작가 자신을 의미한다.
김수연 작가의 ‘연대기적 거북 시리즈’를 본 관람객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광활한 배경과 천천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거북이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덕분에 김수연 작가는 지난 2019 ‘단원미술제’ 선정작가공모에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올해부턴 라포애 아트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김수연 작가는 그동안의 활동을 토대로 작품을 더욱 정밀화 할 계획이다. 구상과 추상을 더해 더 많은 ‘거북’을 그릴 것이다. 김수연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수만 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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