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왕’ 황규석, “헌혈하며 보람도 느끼고 건강도 챙기세요”

광주시 헌혈왕 황규석씨
광주시 헌혈왕 황규석씨

“헌헐을 하는 이유는 내가 헌혈해서 얻은 자긍심과 보람이 내가 준 혈액의 양보다 몇 배는 크기 때문입니다”

30여년째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는 황규석씨(53, 광주시 오포읍)의 말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혈액이 부족하다’는 TV 속 자막을 통해 헌혈을 알았다. 학교로 찾아온 헌혈 버스에서 생애 첫 헌혈을 했다. 37년째 이어오고 있는 헌혈과 인연의 시작이다. 지금도 두 달에 한 번은 헌혈을 한다. 최근까지 총 590회에 걸쳐 헌혈했다.

황씨는 “대학교 부총장의 차량을 운전하며 헌혈을 위해 매번 2시간 이상을 내기는 여의치는 않다. 그래도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꼭 헌혈을 해야 개운하다”며 “모아온 헌혈증을 기증하고,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한다는 생각으로 정기적으로 헌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양손에는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헌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간호사가 바늘을 찌를 곳을 찾는데 애를 먹을 정도다. 담배는 처음부터 입에 대지도 않았다.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고 몇년 전부터는 간간이 마셔오던 술도 끊었다. 운전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틈만 나면 걷는다. 헌혈을 위해서다. 장기기증도 계획하고 있다. 업무에 지장없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우선 신장을 기증할 생각이다.

헌혈로 인해 태권도 공인 7단인 대만 국적의 아내와 다투기도 했다. 지속적인 헌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꾸준한 활동과 설득에 지금은 응원해 주고 있다. 비록 헌혈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헌혈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부부가 처음 헌혈을 하며 함께 찍은 사진은 이들 가족의 값진 기념품이다.

황씨가 헌혈을 하는 날은 부부가 데이트하는 날이다. 헌혈의 집 근처에서 만나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하며 헌혈 데이트를 즐긴다. 이렇게 모은 헌혈증 350장은 소아암 재단과 백혈병어린이 재단에 기부했다. 기부 이후 모인 50여장의 증서도 곧 새로운 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황씨에게 헌혈의집은 편안한 약속장소이자 건강검진소이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편안한 안식처 같은 장소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경험한다. 학생 자원봉사자, 그리고 가족같이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들과 안부를 물으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황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헌혈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특히 중장년과 여성의 헌혈비율이 낮다고 한다”며 “헌혈의집은 생각하기에 따라 가족 나들이 코스로, 아이들에게 보고 배우는 체험의 장소가 될 수도 있는 곳이다. 많은 분이 헌혈의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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