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라도 올려야 하나”…봄 가뭄에 속 타는 경기지역 농가

지난 12일 오후 안성시 미양면의 양파밭. 지하수로 간신히 물을 대는 양파밭(왼쪽)과 달리 인근 밭에는 수분 부족으로 인해 양파의 생육저하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수기자
지난 12일 오후 안성시 미양면의 양파밭. 지하수로 간신히 물을 대는 양파밭(왼쪽)과 달리 인근 밭에는 수분 부족으로 인해 양파의 생육저하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수기자

지난 12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양파밭(6천㎡).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월동작물인 양파의 생육저하가 진행되고 있다. '파종(곡식이나 채소 따위를 키우기 위해 밭에 씨를 뿌림)' 후 뿌리를 한창 내려야할 시기로써 성장을 위해 수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지만, 양파 줄기는 한쪽으로 맥없이 색이 바란채 휘어져 있었다.

10년 넘게 양파를 재배해온 농장주 A씨(65)는 비가 언제 내렸는지 기억조차 없다고 했다.  A씨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비 구경을 못한 것 같다”며 “평소대로면 초록빛이 띠어야 할 양파밭인데, 비가 내리지 못한 관계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양파들이 성장을 못하고 있다. 올해는 생육저하로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근 지역인 안성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양면(8천264㎡)에서 양파, 마늘 등의 월동작물을 재배하는 B씨(64)는 도랑들마다 흘렀던 물이 다 마르면서 물을 끌어오지 못해 난감하다. 결국 주변 하우스 농가로 유입되는 지하수로 간신히 밭에 물을 겨우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3.3㎡당 평균 30kg씩의 양파를 수확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출하량이 절반가량 줄어 수확기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가끔 비가 내리긴 했지만, 작물이 성장하기엔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영농철을 앞둔 농가들은 물 부족 현상이 길어질까봐 깊은 시름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자 경기도내 농가들이 봄 가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말새 10~40㎜의 봄비가 내렸지만,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성장기에 있는 월동작물의 생육부진과 함께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물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13.3㎜에 그쳐 평년(89.0㎜) 대비 14.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가뭄은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대 설치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농가들은 최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봄 가뭄에도 대비하는 대책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벼농사 등 영농철을 앞둔 농가들이 강수량 부족에 따른 가뭄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양희충 수자원관리부장은 “모내기 등 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은 우리공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저수지의 평년 대비 저수율이 104%로 안정적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철저한 계측관리, 농업용수 DB구축 등을 통해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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