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여성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접했지만 영화제 이후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다양한 여성 영화를 원하는 때에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지난해 3월 국내 OTT ‘1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고 그해 9월에는 ‘2021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지원상’을 받았다. 국내 유일 여성 영화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를 만든 조일지 대표의 이야기다.
조일지 대표는 2016년 비슷한 생각을 가진 페미니스트 친구 6명과 여성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구상해 2019년 본격적으로 OTT를 오픈했다.
“여성 감독이 만들었어도 성인지 감수성이나 성 평등적 시각이 부족할 수도 있고 남성 감독이 만든 작품이어도 성 평등한 시각이 담겨있을 수 있어요. 뻔한 여성 캐릭터와 스토리, 남성 중심의 비슷한 영화가 판치는 영화계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없는 갈증이 있었고 좋아하고 다양한 여성 영화를 쉽게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조 대표의 말처럼 퍼플레이에선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여성 캐릭터·배우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여성 감독의 연출작, 여성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 여성의 이슈를 다루거나 젠더 이분법을 뛰어넘는 영화를 여성 영화로 정의한다.
조 대표는 “적어도 작품에 ‘이름’을 가진 2명의 여성이 나오고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 여러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고 있다”며 “내가 보고 싶은 주제에 맞게 큐레이션 해서 볼 수 있으며 임순례, 김보라, 이경미 등 유명 여성 감독들의 초기작부터 일반 극장, OTT에서 보기 힘든 여성 영화까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 평등을 가늠하는 지수인 ‘벡델 테스트’와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 가리키는 지표 ‘F등급’, 성적대상화나 혐오 표현은 없는지 등 20개 자체 기준을 마련해 다양성 지수가 높은 영화를 선별하고 있다.
또한 그는 영화 이외에도 여성과 영화, 성 평등을 테마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영화를 매개, 여성주의 콘텐츠 토론 모임 ‘보는 언니들’을 운영하고 성 평등 콘텐츠 제작, 성인지 감수성 교육 안내서 제작 등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단순히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는 것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느끼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래서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한다. 이용자들의 수요가 곧 여성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여성과 영화를 키워드로 사회에 성 평등한 가치와 시각을 확산하는 일, 그것이 퍼플레이과 저의 미션입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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