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이 거물급 경기도지사 후보인가/역대 지사級 아는 도민이 화낼 소리다

선거 결과 분석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다수가 말하는 여론은 있다. 이번 대선의 국민의힘 쪽 여론은 이준석 대표 책임이다. 이겼으니 패배 책임은 아니다. 그가 장담했던 전략 비판이다. 유난히 선거에 대한 구호를 쏟아냈다. ‘비단 주머니’ 얘기로 경선을 열었다. 본선에서 더 많은 전략 구호를 냈다. ‘호남 25% 득표론’, ‘2030 압승론’, ‘세대 포위론’ 등이다. 결과를 보면 다 실패다. 호남은 달라지지 않았고, ‘20대 남자’를 뺀 젊은 표를 졌고, 세대 포위는 없었다. ‘두 자리 차 압승론’은 지지층 나태로 낭패로 이어질 뻔했다.

선거 끝난 지 9일이다. 이제 이 얘기도 식상하다. 시간도 갔지만 무엇보다 현안이 바뀌었다. 지방 선거다. 그 태풍의 눈에 경기도지사 선거가 있다. 바로 이 선거에 또 다시 이준석 대표가 얼비친다. 출처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유승민 등판론이다. 거물급 투입설은 진즉부터 있었다. 안철수, 원희룡, 나경원 등이 얘기됐다. 여기에 유승민이 등장했다. 누구도 출처를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 출발을 안다. 이 대표 의중을 간파한 언론의 불지피기다.

경기도 얘기이니 도민의 평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도민이 좋은 수가 아니라고 평한다. 어떤 도민은 최악의 수라고도 평한다. 앞서 안철수, 원희룡 출마 소문에 대해서도 우린 입장을 냈었다. 출생 지역을 뜻하는 고향을 문제 삼을 도민은 없다고 했다. 대신, 경기도에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물을 것이라 했다. 거기 답할 수 없다면 도지사로 나서면 안 된다고 했다. 똑같은 질문이 유 전 의원에도 유효하다. 경기도에 기여가 있는지 말해야 한다.

사실 더 심각한 건 상처받은 도민의 자존심이다. 유 전 의원을 거물이라 한다. 생생한 도백 역사가 있다. 민선 도지사 1기는 ‘40대 깜짝 놀랄 잠룡’ 이인제 의원이었다. 2기는 ‘국가 부도 해결사’ 임창렬 부총리였다. 3기는 ‘경기도 대망론’ 손학규 의원, 4·5기는 ‘민주화 상징’ 김문수 의원, 6기는 ‘수원 출신 대권 후보’ 남경필 의원이었다. 그리고 7기가 이재명 후보였다. 유 전 의원을 거물이라 칭하는 근거가 뭔가. 여기 누구와 비교해 거물이라는 것인가.

각급 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군이 수백이다. 31명의 시장 군수 후보가 뛴다. 129명의 도의원 후보와 447명의 시·군 의원 후보도 뛴다. 이들에 절대 영향을 주는 것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불어올 바람이다. 경기도 구석구석에서 도지사 후보 바람이 불어줘야 이들이 이긴다. 그 바람을 경기도 이방인 유 전 의원이 일으킬 수 있나. 안 그래도 대선에서 5%p 패배한 국민의힘이다. 두 달 뒤 뒤집힐 거란 조짐은 없다. 이 모든 게 경기도 국민의힘의 목소리다.

상대인 민주당 후보군을 한번 봐라. 오산 5선 국회의원 안민석 후보다. 수원 3선 시장 염태영 후보다. 시흥 5선 국회의원 조정식 후보다. 그리고 30년 경기도민 김동연 경제부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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