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성차별 언어를 개선하고자 성평등 캠페인까지 진행한 경기도가 여전히 성차별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도민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3월 성차별 언어를 양성평등하게 바꾸자는 취지로 성평등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도민에게 331개의 성차별 언어 공모를 받은 도는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성차별 언어 개선 사례 30개를 공개했다.
당시 도가 공개한 성차별 언어 및 개선 언어는 ▲보모→아동돌봄이/보육사 ▲여성적·남성적 어조→부드러운·강인한 어조 ▲젖병→수유병 ▲녹색어머니회→등굣길안전지킴이/등굣길안전도우미 ▲보모→육아보조인/유보사/유아돌보미 ▲녹색어머니회→안전지킴이 ▲학부모→보호자/양육자 ▲맘카페→도담도담카페/유아누리방 ▲출산→출생 ▲여성전용주차장→배려주차구역, ▲부녀회→여성회 등이다. 이 밖에 도가 성평등 캠페인 일환으로 공개한 홍보 영상 및 카드뉴스에선 주부를 살림꾼으로 바꿔 사용하자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일보가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도청 누리집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차별 언어 사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지적한 학부모(26회)를 비롯해 맘카페(19회)와 출산(14회), 주부(6회)와 녹색어머니회(3회), 부녀회(2회) 등 성차별 단어가 총 70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성차별 언어로 꼽히는 미혼(11회)과 유모차(2회), 자매결연(7회)과 외할머니(1회) 등도 발견됐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도가 말로만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자 다움젠더연구소장은 “성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 성차별 언어는 일상 속에서 오랜 기간 정착된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의 자기검열과 내부의 점검이 중요하다”면서 “모범을 보여야 할 도가 성차별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실망스럽고 부주의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언어의 습관이 한 순간에 바뀌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도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총 30회의 성인지교육을 계획 중이다. 또한 성차별 언어 개선과 관련된 영상을 통해 인식 개선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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