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맞벌이 가정 증가 등으로 아이돌봄 수요가 급증했다. 직장에서 밤 늦도록 일하거나 며칠씩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돌봄시설이 없어 속이 탄다. 정부가 아이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벌이 가정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8년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2021년부터는 자치단체가 ‘학교돌봄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체감이 어려워 여전히 돌봄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나라가 됐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2020년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저출산 원인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32.6%가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26.8%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큰 이유가 아이돌봄 문제다. 정부는 아이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국가돌봄 책임제’를 약속했다. 2020년 5월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 올해 1월 각 시·도에 ‘아이돌봄 광역지원센터’를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아이 돌보미 처우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열악하다. 돌봄시설이 부족하고, 아이돌보미 처우도 형편없고, 아이돌보미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위탁기관도 준비되지 않는 등 허술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경기도내 24시간 어린이집은 수원, 고양, 성남 등 13개 지자체에 37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0~9세 돌봄대상 아동인구가 116만3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24시간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하다. 31개 시·군별 아동인구를 보면 화성(10만5천명), 수원(10만1천명), 용인(10만명), 고양(8만2천명), 성남(6만8천명), 남양주(6만4천명) 등 순으로 높은데 24시간 어린이집 수는 아동인구에 비례하지 않는다. 화성시는 1곳에 그쳤고, 용인시와 남양주시는 단 1곳도 없다.
경기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6월 도내 만 0세~10세 아동을 자녀로 둔 보호자 3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5%가 24시간 돌봄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 이유로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부모의 야간 출근, 부모의 출장 등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가족의 응급진료와 병원 입원도 많았다.
아이돌봄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와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 새정부가 이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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