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자 30만명은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옮겨졌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가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걸린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요즘인 것 같다. 비감염자는 ‘대기자’일 뿐이다. 오늘 밤에도, 내일 아침에도 진단키트에 두 줄이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 전체가 한번씩은 (코로나19에)다 걸려야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10명에 자정까지다. 사실상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것 같다. 마스크를 쓴 모습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어느 정도는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강제적 제한의 시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확진을 막았냐?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K- 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말이다. 자영업자는? 강력한 거리두기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늘어난 것은 빚이요. 나오는 것은 피눈물 뿐이다. 국가 경제는? 한마디로 부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고, 구성원 간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초래했을 뿐이다.
▶“한국은 엔데믹(종식 없이 계속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가는 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의 말이다. 독감과 함께 했듯 코로나19와도 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조처를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는 방역조치의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엔데믹으로 가는,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 코로나19가 감기가 되는 세상. 그 시작은 백신이었고, 그 마지막은 탈 마스크라 하겠다. 환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그날을 꿈꿔 본다. 엔데믹은 이제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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