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CTV로 확인된 경찰의 흉기 현장 내빼기

인천 다세대 주택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도 5개월여 지났다. 층간 소음에서 시작돼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모두를 경악케 한 것은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보여준 행동이다. 눈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데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함께 출동한 경찰도 현장을 제압하기는커녕 다른 곳에서 망설이며 시간을 지체했다. 결국 주민은 흉기에 찔렸고, 피해자의 남편이 범인을 제압하고서야 경찰이 개입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경찰관 둘은 직위해제됐다. 그 사건을 다시 거론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누구도 공개하지 않았던 현장 CCTV가 공개됐다.

피해 가족이 당시 경찰의 대응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해 공개했다. 영상 속 녹화된 장면이 볼수록 어처구니 없다.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 1층 현관이 보인다. 3층에서 비명이 들리자 박모 경위와 3층 거주자가 뛰어 올라간다. 복도에서 내려오던 김모 순경과 마주한다. 김 순경은 3층에서 거주자의 부인 딸과 함께 있어야 했다. 흉기를 휘둘렀다는 설명을 하는 듯했다. 거주자가 범행 현장인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박 경위는 내려온 김 순경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 순간 범인은 흉기로 3층 가족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경찰 2명이 현장을 피해 달아나는 생생한 모습이다.

1층 현관에 내려와서도 두 경찰은 어쩔 줄 모른다. 김 순경이 펄쩍 뛰며 뭔가를 설명했다. 박 경위에서 사건 현장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한 차례 문을 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멈춘다.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하고 삼단봉과 테이저건까지 꺼내고 나서야 다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이번에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경비로 보이는 사람의 도움을 얻어서야 진입한다. 3분의 시간이 지체됐고, 그동안 혼자 뛰어 올라간 남편은 맨손으로 흉기를 든 남성과 맞섰다. 남편이 격투 끝에 범인을 기절시켰고, 그제야 경찰이 진입해 범인을 검거했다. 모두 말로써 설명되던 현장이, 생생한 화면으로 공개된 것이다. 기가 차고 어처구니 없다.

경찰은 이 CCTV를 보지 않았겠나.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입장 모르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범죄 현장을 뛰는 경찰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 얼마나 큰 모멸감을 주겠나. 조직의 자긍심, 조직원의 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CCTV 속 두 경찰은 선량한 경찰이 아니다. 직무를 유기하는 범죄자의 모습이다. 공개하고 벌해야 한다. 인천 다세대 주택 흉기 난동 사건 CCTV는 한국 경찰사에 불미스럽지만 꼭 남겨야 할 현장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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