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색에 연한 줄무늬가 듬성듬성 새겨진 작은 잎이 하나 돋아났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자생력이 강하다는 스투키를 들인지 넉 달 만이었다. 사실 이전에 관심을 제대로 주지 못해 밖으로 내보낸 식물과 화초 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흙에서 새싹을 일궈낸 스투키는 관심을 달라는 듯 새 생명을 피워냈다. 식물들의 생명력, 그 조용한 에너지가 신비롭고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코로나 시대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새로운 취미로 펫 플랜트(Pet Plant)가 인기 끌고 있다. 펫(Pet)과 식물을 뜻하는 플랜트(Plant)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처럼 곁에 두고 키우는 반려식물을 뜻한다. ‘식물집사’, ‘식물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우울하고 삭막한 외로운 현대사회 속 식물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녹색식물, 자연과의 연결과 교감은 뇌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불안과 우울감도 덜어준다고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독거노인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식물 키우기 사업을 시행했다. ‘정직한 즐거움’도 큰 수확으로 꼽힌다. 비료를 줬더니 이파리에 윤기가 돌고, 물을 잘 줬더니 새순이 예쁘게 나왔구나 하는 식이다.
▶마침 무언가를 심기 좋은 계절이다. 기후변화로 식목일은 10년 전부터 3월로 앞당기자는 논의가 이어져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나무심기’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내 집에서, 주변 뜰에서 나무를 키워도 열섬현상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손 쉽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땐 자그마한 꽃나무류나 분재가 좋다고 한다. 뜰이나 정원이 있다면 유실수나 관상수를 심는 게 좋다. 화초가 삶의 동반자가 된 시대, 가까운 친구처럼 마음을 나눌 식물을 심어 키워보는 것도 복잡한 현대사회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인 듯 하다.
정자연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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