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대비 4.1% 올랐다. 이는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석유류 가격이 무려 31.2% 폭등했고,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 등 모두 두 자릿수로 대폭 상승했다.
이뿐만 아니다. 외식물가지수도 6.6% 올라 지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져 물가에 대한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전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수출국으로 유럽에 엄청난 양의 가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가스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유럽은 물론 글로벌 가스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본 기준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1%였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밥상 물가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작년 3분기(7~9월) 기준 국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대비 5.0%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에 올랐는데, 이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시행된 조사이기에 전쟁 후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식량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지난 2020년 기준 옥수수 수출량은 전 세계 13.2%, 밀 수출은 8%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우크라이나는 전쟁 여파로 농사에 차질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곡물 주요 수출 창구인 흑해도 막혀 이대로 가면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밀과 옥수수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다.
이러한 물가 폭등에 대해 한국은행은 통계청의 물가 발표 직후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한국은행의 장기 물가 안정 목표인 2%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속한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밀과 옥수수는 물론 석유, 가스 등을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를 비롯한 업계가 식량은 물론 석유, 가스 등 원자재 공급선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코로나 확산으로 서민들의 일상생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물가까지 치솟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이 참으로 힘들다. 정치권은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쟁만 하지 말고 물가폭등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