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관리부실 문화시설들 어찌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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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지속적으로 관심과 관리를 해주었다면 이 정도의 비용이 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994년 개관한 인천문화예술회관의 전면 개보수공사를 위한 494억 원의 예산이 확정되자 한 인천시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다. 공연기획가이자 경영자로 활동하는 그는 비 새는 옥상 수리, 공연장 내 유리섬유 오염물질 제거 작업, 회전무대 작동오류 등 30년 가까이 운영되는 동안의 인천문예회관 민낯을 지켜본 예술인이기도 하다.

‘가래로 막을 일, 쟁기로도 못 막는다’라는 속담처럼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문화시설 신축비용과 맞먹는 엄청난 혈세를 개보수공사에 투입하게 됐다. 요즘 지역문화재단에서 한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분을 맡으면서 이런 일이 빚어진 이면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인천문예회관이 지어질 당시만 해도 인천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당시 필자도 ‘문화가 척박한 인천’이라는 목소리나 예술촌 조성 시민운동 등의 기사를 많이 썼다. 주로 공간과 시설 등 문화인프라 부족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의 균형을 통해 제대로 찾을 수 있다.

인천에서는 여전히 문화예술시설 부족과 관리 미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발이익금으로 신축한 송도국제도시 내 ‘아트센터 인천’은 뛰어난 음향시설과 멋진 관람석 배열을 자랑하지만 공연 무대가 비좁아 수준급 오케스트라단 연주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설계 당시 공연 전문가의 조언을 제대로 들었다면 이렇게 한심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민들을 위한 일상적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문화시설이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기부채납으로 이뤄진 문화시설이 이런 식으로 허점투성이다. 화약실험장 일대 도시개발지구인 ‘논현소래지구 에크메트로’ 덕분으로 지어진 ‘소래아트홀’도 마찬가지다. 한화건설이 300억 원가량 투입해 건립한 뒤 운영비까지 주고 남동구에 기부했던 공연장인데 문제가 많았다. 2011년 개관 초기 지붕에서 물이 새고, 공연 장비 반입시설 미비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한 끝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청라호수공원의 한적한 곳에 들어선 ‘청라블루노바홀’은 지난해 7월 개관한 이후 금속성분 지붕에서 발생하는 결로현상으로 공연장 위쪽엔 30개가량의 물받이통을 배치해놓은 실정이다. 또 분장실과 무대를 계단을 통해 오가도록 설계해 공연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공업체와 설계업체 간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는데, 관리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시설 노후화로 올 연말경 개보수공사를 앞둔 서구문화회관도 눈가림식이 아닌 공연장으로서의 근본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연시설 전문가의 지적이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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