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시간을 보내던 여학생에게 화려한 아바타가 다가왔다. 자신을 스물 한 살의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아바타는 현란한 아이돌 댄스를 선보이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갖고 싶었던 아이템도 자주 선물해주던 ‘멋진 오빠’는 어느날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아, 오빠가 기프티콘 줄 테니까 사진 한 장만 찍어줄래?
가상공간에서 화려한 아바타 뒤에 숨어 다수의 여자 아동·청소년을 성착취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30대 중반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1년에 걸쳐 피해자 11명에게 신체 부위 등을 촬영해달라고 요구, 이를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제페토 내 가상 캐릭터를 화려하게 치장한 뒤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여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프티콘이나 아이템을 선물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는 별다른 직장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던 A씨는 자신을 젊은 대학생이라 소개하며 환심을 샀다. 이 같은 방식으로 1~2개월에 걸쳐 신뢰를 쌓고 나면 자신의 신체를 먼저 찍어 보내면서 피해자의 신체 사진을 요구했다. A씨의 ‘온라인 그루밍’에 당한 피해자는 11명,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했다.
지난해 9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위장수사 기법이 허용되자, A씨에 대한 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제페토 내에 잠입했다. A씨의 혐의를 특정한 경찰은 위장신분으로 접근해 범행 수법까지 파악해냈고, 주거지에서 그를 검거했다. A씨가 제작한 성착취물은 외부로 유출되진 않았지만, 경찰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성착취물을 삭제 조치하고 사이트 측에 A씨의 계정 폐쇄까지 요청한 상태다.
김정현 경기북부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을 보호기관에 연계하는 등 지원 작업에 착수했다”며 “앞으로도 메타버스 공간은 물론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디지털성범죄를 엄정히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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