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같은 뜻을 지닌 이 속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속담 중 하나다.
그런데 정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아무 소용이 없을까. 소를 잃었다면 외양간을 고쳐야 다음부터는 또 소를 잃을 일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닐까. 요즘 전 국민의 관심이 한 남녀에게 쏠려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전 남편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살해하려 하고, 끝내 살해한 혐의의 이은해와 조현수다.
2019년 6월30일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인천검찰청은 사건을 넘겨받고 2개월여가 지난 지난해 2월부터 전면 재수사를 했다. 12월13일 이은해와 조현수를 소환해 조사하기까지 10개월간 추가 범행들도 밝혀냈다.
그런데, 2차 조사를 앞둔 다음날 이은해와 조현수는 사라졌다.
인천지검은 부랴부랴 사라진 이들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적 수사 경험이 부족한, 소위 비전문가인 검찰이 맘먹고 숨어버린 이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상한 건 범인을 쫓고 잡는데 전문가인 경찰과 전혀 공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천지검은 경찰이 밝히지 못한 추가 혐의까지 밝혀냈으니, 어떻게든 본인들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3개월이 더 흘렀다. 인천지검은 지난 3월30일에서야 이은해와 조현수를 언론을 통해 공개수배했다. 이때도 경찰에 도움을 청하진 않았다. 수사권 조정 이후 생긴 미묘한 자존심 싸움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사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를 통해 망가진 외양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들이 망가지면 잃는 건 소 정도가 아니다. 그깟 검경의 자존심 싸움이 국민의 생명보다 중할 리 없다. 그러니 고쳐라.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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