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계류 유해물질 사고 관련법, 신속 처리해야

툭하면, 산업현장에서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 거의 인명피해가 뒤따른다. 지난 12일 안산시 단원구의 회로기판 제조공장에서도 독성 가스가 유출됐다. 고농도 흡입 시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황화수소다. 이 사고로 8명이 다쳤고, 이중 3명은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기억이 소실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선 영풍전자로부터 폐수처리 하청을 받은 우진ENC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업 중 방독면과 방진복은 갖췄지만, 매시간 유해도를 측정하는 휴대용 측정기는 없었다고 한다. 사고 업체인 우진ENC는 직원이 30명 정도다. 이 업체로만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우진ENC에 폐기물 처리를 맡긴 영풍전자는 직원이 1천명을 넘기 때문에 영풍전자와 우진ENC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유해물질 유출에 따른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평택의 한 화학약품 공장에서도 2인 1조로 폐수를 처리하던 중 작업자 1명이 황화수소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다. 환경부 조사 결과, 사업장 안전수치의 20배에 달하는 양이 검출됐다. 3월에는 인천의 한 의료기기·전자부품 도장 공장에서 작업자가 세척작업의 유해 독성물질인 디클로로메탄 중독으로 숨졌다.

대부분 사고의 공통점은 ‘위험의 외주화’다. 기업들이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에 대해선 하청을 주고있는데 이후 발생한 사고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안산 사고와 관련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원청은 법 적용 기준을 충족하나, 하청업체는 규모가 작아 법을 비껴가기 때문이다. 판례를 봐도 원청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18년 11월 부산에서 원청이 황화수소가 섞인 폐수의 유해성분을 알리지 않고 하청을 줘 작업자 3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2020년 11월 법원은 ‘원청과 하청업체 직원 사이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위험의 외주화 속 반복되는 유해물질 유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말 장제원 의원 등 10명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도 안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안전조치 범위에 ‘질식 위험, 유해가스 중독 등 밀폐된 장소’를 신설, 사업주의 예방활동을 강제하는 게 골자다. 원청업체들의 하청을 막을 수 없겠지만, 원청도 안전관리 의무 책임을 다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법안 발의만 하고, 처리를 하지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안전 강화를 위해 관련 법 처리를 신속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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