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기후위기 시대, 마을 연계 환경교육의 의의

초등생에게 마을은 일상생활의 최대 공간 단위
마을 통한 자기환경화, 지구적 문제 내 문제로 인식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참여·연대 중요성 직접 체험
평생 동안 스스로 실천·반응할 수 있는 원동력 제공

■ 기후위기시대, 교육에 도움 요청하다

2021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세의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도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에 의해 2018년 기후변화 임계점으로 정한 1.5도는 무조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자연적으로 생성된 지질연대와 구분되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의 급증으로 인한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규정되는 인류세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후변화교육이 유엔기후변화회의의 메인 세션에 포함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유한한 지구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궁리하는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세계적인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학교 환경교육 비상선언’을 시작으로 기후위기 대응 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를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생태전환교육을 ‘기후변화와 환경재난 등에 대응하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분야와 수준에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교육’이라고 정의하며, 총론에서 환경교육의 중요성을 명시했다.

■ 지속가능한 삶을 일깨우는 것

기후위기 시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의 환경교육은 분명 중요하다. 최근 강조되는 탄소중립 환경교육이라는 용어 역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절실한 필요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것이,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 환경교육일까? 환경교육의 외재적 가치가 강조될수록 환경교육의 본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타 툰베리, 보얀 슬랫, 조너선 리와 같은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무엇이 그들의 삶을 지속가능한 가치를 위해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일상의 환경문제를 지나치지 않고, 작은 관심을 이어가,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실행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 아닐까?

우리의 환경교육은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평생의 시발점으로서의 교육이어야 한다. 또한 환경과 관련된 주체적인 학습 수행능력과, 환경교육 자체의 가치와 보람의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자는 학습의 역량을 환경분야에 적용하면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느끼고 환경적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며 지구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교육의 방향이며, 심각한 환경문제와 그 해결책을 강조함에 앞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환경교육의 내재적 가치이다. 우리가 환경을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을 때, 기후위기 대응으로서 지속가능한 삶의 전환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와 세계를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을 토대로 한 삶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 마을, 배움과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다

2021 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 ‘기후위기와 교육체제의 전환 방향’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교육체제 전환의 두 축으로서 ‘생태’와 ‘노작’을 제시했다. 생태와 노작을 중심으로 일, 놀이, 삶이 순환하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교육과정의 패러다임을 ‘특정한 내용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이 패러다임 변화가 바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다. 실제 세계의 현상, 사건, 문제를 탐구하면서 지속가능성의 핵심주제들을 교과지식과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면 배움의 과정에서 앎과 삶이 일체화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현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어린 학습자일수록 이 범위는 어른들의 예상보다 한정적이다. 아이들에게 실제 현상, 경험이 일어나는 공간은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고 내가 사는 집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은 학습자가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며, 사실상 초등학생에게는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최대 공간단위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이들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환경교육에서 말하는 자기 환경화, 나와 별로 관계가 없다고 느끼는 주변을 나의 것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하는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마을을 통한 자기 환경화는 지속불가능한 지구적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천하게 한다. 환경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나를 둘러싼 주변 공간을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신념체제를 강화해 평생 동안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마을의 중요성은 학습자의 주도성과도 연결된다. 주도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배움의 주제가 학습자의 삶에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학습자에게 마을은 오랜 시간을 거쳐 이미 어느 수준 이상의 자기 환경화가 이뤄진 곳이기 때문에 배움과 실천에 있어서도 주도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마을=내가 사는 곳’을 강조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인식부터 해결방안 실천까지 ‘나’와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삶의 루틴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반복적 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며, 이를 통한 앎의 체화 또한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마을에 대한, 마을 속에서의, 마을을 위한 기후변화교육을 통해 학습자는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참여와 연대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Save our Town! Save our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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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마을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관계 맺고,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마을의 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마을공동체를 통해 학교의 지속가능한 가치가 지역사회로 확장할 수 있다. 마을에 대한, 마을에서의, 마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지속가능한 교육의 전환을 이끌며, 나아가 지속가능한 삶의 전환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마을 연계 환경교육, 어른이 된 우리 아이들의 발걸음은 마을 너머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그곳이 꼭 전지구적이지 않더라도 제 삶을 둘러싼 모든 곳이 되길 기대해본다.

심정은 김포신풍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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