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프라고나르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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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로코코 회화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프랑스 로코코 회화의 마지막 대가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작품이다. 로코코는 18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으로 퍼져나간 예술 양식으로 이전의 웅장하고 위압감을 주는 바로크 양식과 달리 곡선과 아늑함, 우아함과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프라고나르의 작품은 그러한 로코코 회화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준다.

프라고나르는 당시 화단과 아카데미에서 역사화로 호평을 받았으나 그는 화단의 기대와 달리 역사화를 버리고 장식적이고 관능적인 주제의 연애 풍속화를 그리며 큰 명성을 얻었다. <그네>는 화풍을 바꾸던 시기의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네>는 1767년 생 줄리앙 남작의 의뢰로 그려진 작품이다. 남작은 자신의 애인이 주교가 미는 그네를 다리를 보이며 타고 자신은 그 여성을 관찰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길 원했다. 프라고나르는 남작의 의뢰에서 종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인 주교를 나이 든 남편으로 바꾸어 젊은 아내, 나이 든 남편과 그녀의 젊은 애인인 남작을 삼각구도로 그려내었다.

<그네>를 보면 자연스럽게 화면의 가운데서 드레스를 입고 그네를 타는 귀족 여성에게 눈이 간다. 이는 프라고나르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그녀에게 집중시키고 분홍색 드레스와 숲의 초록색으로 보색 대비를 주어 자연스럽게 관객의 시선이 중앙으로 가게 유도했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네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미소 짓고 있는데, 그녀의 시선은 왼쪽 아래의 젊은 남성에게 향하고 있다. 여성의 왼쪽 신발은 벗겨져 날아가고 있다. 당시 신발은 귀족들의 정숙함을 의미하기에 이후에 남녀 사이의 내밀한 관계에 대한 암시로 볼 수 있다.

젊은 남성은 남작의 복식을 입고 손에 남작 모자를 들고 그녀에게 뻗으며 관목 덤불에 누워 여성을 바라보고 있다. 남작의 뒤에는 사랑의 신인 에로스 조각이 비밀이라는 듯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이러한 에로스의 행동을 통해 두 사람은 공식적인 관계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여성의 뒤에는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를 수행하는 푸토가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며 그 옆의 그늘에서 그네를 끄는 남성은 주교의 복장이 아닌 나이 든 귀족으로 그려져 있다.

프라고나르는 그네를 소재로 그림을 자주 그렸다. 그 당시 그네는 육체와 행동에 대한 법도가 엄격했던 사회에서 여성들이 억압된 정신의 분출구로서 잠시나마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인 놀이였다. 그네는 정형화된 사회체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의 상징인 것이다. 그네는 틀에 박힌 예술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한 프라고나르에게 가장 어울리는 작품 소재였다. 그의 예술은 우리에게는 혁명으로 몰락하기 전의 프랑스 귀족사회를 엿볼 수 있게 해줬으며 인상주의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인상주의를 이끈 화가 베르트 모리조가 그의 손녀이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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