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TX·영어마을도 경기지사 공약이었다/2022 후보도 ‘연줄’ 말고 ‘공약’을 내라

어떤 후보는 공약에 충실한 선거 캠페인 중이다. 지역을 순회할 때마다 반드시 그 지역에 맞는 공약을 낸다. 경기도민 전체 입장이 반영되는 큰 틀의 공약이다. 그 중에는 신선한 결단이 반영된 공약도 있다. 구체적 통계와 분석, 전망까지 설명된다. 물론 공약 자체가 곧 득표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대선 연장이라는 큰 이슈로 내몰린 이번 선거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지역민들에는 소중한 정보다. 지역민들의 의견이 수많은 댓글로 붙는 게 그래서다.

어떤 후보는 공약을 말한 기록이 없다. 보도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정책 공약을 말한 적이 없다. 나름대로 당내 경선에 최적화된 정치 전략을 펴는 듯 하다. 오로지 ‘주군’을 모시는 싸움이다. ‘이재명 연줄’ 혹은 ‘윤석열 연줄’이다. 시종일관 이들과의 라인을 끌어다 붙이기에 여념 없다. 경쟁자를 ‘라인’에서 떼어 놓는 전술도 구사한다. ‘내가 라인이고, 상대는 라인 아니다.’ 벌써 한 달여 째 이런 전략에 모두를 걸고 있다. 듣고 보는 유권자조차도 식상하다.

거물입네 하던 후보들은 중량감을 보여줄 어떤 공약도 못 냈다. 등장할 땐 경제 분야 거물, 정치 분야 거물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그렇게 평하며 자찬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거물 투입’이라며 경기도를 뒤집을 것처럼 요란 떨었다. 그런데 한 달 지나도록 별다른 정책 공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 거물 다운 공약, 경제 전문가 다운 정책은 더 없다. 본선에 대비해 아껴둔 것일까. 나중에 내놓을 것인가. 혹시나 없는 것은 아닌가.

인천경기기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가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한 이 조사에 후보 선택 기준 설문이 있다. 응답자의 40.4% 정책 및 공약을 보겠다고 했다. 정당을 보겠다는 28.7%, 인물을 보겠다가 23.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후보 선택 기준으로 정당, 인물보다 정책·공약을 우선했다. 이 비율이 꼭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공약이 큰 선택 기준이라는 것은 분명히 보여준다.

지금 후보들은 경기지사 선거가 처음이다. 어떤 후보는 아예 경기도 선거가 처음이다. 그래서 역대 경기지사 선거 역사를 모르는 것 같다. 수준 높은 공약 대결의 역사였음을 모르는 것 같다. 손학규 후보가 내놓은 영어마을이 있었다. 적어도 2000년대 초, 전국은 영어마을 붐에 휩싸였다. 김문수 후보가 내놓은 수도권대심철도가 있었다. 2022년 대한민국, 미래 철도망의 상징은 온통 GTX다. 타 지방에서는 모르겠지만 경기도민엔 무한 자부심이다.

선거는 현실이다. 공약 비중이 늘 같지는 않다. 정당 간 지지율 차이가 크면 비중은 떨어진다. 한쪽으로 기운 선거판이 공약만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박빙이라고 한다. 정당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를 오간다. 공약이 던질 위력이 그만큼 클 선거다. 당내 경선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면, 지사직 당선이 최종 목표라면, 이제부터는 공약을 말할 시간이다. 때마침 각종 후보 토론회도 시작됐다. 인연 팔이를 끝내고 공약 대결로 갈 시간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