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국회 합의안, 속도전 아닌 숙의 필요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정쟁이 일단 소강상태에 놓여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찰 개혁 중재안을 국회가 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여야 간 극단적인 대치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던 정국에서 국회는 이번 주 중 ‘검수완박’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민형배 국회의원의 ‘위장탈당’이라는 꼼수까지 동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검수완박’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초강수의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까지 강력히 반대하는가 하면, 검찰·법원·시민단체 등도 일방적인 의회 폭주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극단적인 대치가 이어지던 정국이 일단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봉합된 것은 다행이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원칙으로 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6대 중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해 한시적으로 유지하지만, 1년6개월 뒤 미국의 FBI와 같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출범시켜 이것도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검찰개혁법을 4월 중 처리하고 시행을 4개월 유예하기로 했으며, 중수청 출범 등 사법 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국회합의는 여야의 야합으로 이뤄진 국회 폭거”라고 주장하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하며 사표를 냈다가 반려됐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대검 차장,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고검장도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또한 일부 지검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의 사표 움직임도 있어 초유의 검찰 공백사태가 우려된다.

검찰은 이번 중재안이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며 “중재안 역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선거·공직자 범죄를 빼, 사실상 정치인에 대한 검찰수사를 봉쇄하는 것은 여야의 야합이라는 것이다.

국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안은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여야 합의라고 해도 70여년간 시행된 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단 2주 만에 속도전으로 처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에 어긋나는 입법행위다. 국회는 검찰 개혁 방안을 국민의 관점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한 여론 숙의 과정을 거쳐 법안을 마련해야 된다.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국회가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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