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설시장 교란 ‘페이퍼컴퍼니’, 반드시 철퇴시켜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거나, 건설산업법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가짜 건설사’가 아직도 많다. 공공 건설공사 입찰에서 낙착률을 높이기 위해 가짜 건설사를 허위 등록, 응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름만 있고 실체도, 시공 능력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는 건설업계의 독버섯과 같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전 단속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2019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1억원 이상의 공공 건설공사 경쟁 입찰 866건에 대해 사전단속을 실시, 총 296건(34%)을 적발했다. 적발업체에 대해선 등록말소(16건), 영업정지(241건), 과징금·과태료(7건)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 가짜 건설사의 경기도 발주 공공 건설공사 입찰 참여는 지난해에만 383개사 중 149곳(38.9%)에 이른다.

경기도는 공공 건설공사 입찰 때 사무실, 기술인력, 자본금 등을 조사해 등록기준 미달업체에 대해 행정처분, 입찰 배제,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낙찰을 위해 실체도 없는 여러 이름의 건설사를 등록하거나 자격증 대여로 면허를 늘리는 등 가짜 건설사를 두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A업체는 안성시 한 상가 빈 사무실에 주소지만 등록하고 응찰했다가 적발됐다. 도는 A업체 연락처가 서울에 있어,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용인시의 한 부동산과 협력해 사무실 일부를 빌려 주소를 등록하고 입찰에 참가한 B업체도 사전단속에 걸렸다.

가짜 불공정 관행은 불법 하도급, 면허 대여, 현장 대리인 미배치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시장을 교란시킨다. 공공건설 입찰에서 가짜 건설사가 40% 가까이 적발된다는 것은, 일부 건설업자들이 가짜 회사 등록 관행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경기도는 페이퍼컴퍼니가 입찰에 응찰해 공사를 따낼 경우 불법 하도급 등으로 인한 부실공사를 우려, 2019년 전국 최초로 공공건설 입찰 페이퍼컴퍼니 사전단속 제도를 도입했다.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사전단속 제도는 타 지자체와 정부기관으로 확산돼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벤치마킹 했고, 올해 4월부터는 국토부도 2억원 미만인 지역제한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상시단속을 하고 있다.

페이퍼컴퍼니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사업자 선정방식, 단속, 처벌 등이 미흡해서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등하는 가운데 페이퍼컴퍼니가 또 활개를 칠 수 있다. 가짜 건설사를 근절하려면 사업자 선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 서류평가보다 공공건설 분야에서 활용 중인 적격심사나 내역입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상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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