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자생적 문화예술 활동’…수원시립미술관, <행궁유람 행행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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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 학예사가 '행궁유람 행행행'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예쁜 카페와 맛집이 가득한 곳’. 지금 우리가 행궁동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행궁동은 과거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각종 건축 규제 등의 제약으로 낡고 오래된 것만이 남겨진 동네로 몰락했다. 하지만 행궁동의 가치를 눈여겨본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며 문화예술의 구심점으로 변화했다. 이 같은 행궁동 일대의 자생적 문화예술 활동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6월26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수원시립미술관의 <행궁유람, 행행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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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숙 작가가 '일심, 무경계-온새미로202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행궁(行宮)하다’ ▲‘행인(幸人)들’ ▲‘유람행(行)’ 등 3부로 구성됐다. 이윤숙, 박혜원, 송태화, 장용선, 초이 등 오랫동안 수원 행궁동에서 작업을 해온 68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궁동을 담아냈다.

1부 ‘행궁(行宮)하다’는 행궁동 일대에서 진행된 다양한 전시와 레지던지, 벽화마을 프로젝트, 문화예술제 등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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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조은하 作 '홀트 앤 캐치 파이어' / (오) 현지윤作 '신중년도감'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 설치된 현지윤 작가의 영상 ‘신중년도감’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반복되는 음악과 중년들의 화려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지윤 작가는 “중년은 가족으로부터, 사회적으로 독립된 세대”라며 “보편적인 상실을 겪고 있는 중년들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현지윤 작가의 작품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이윤숙 작가의 거대한 작품 ‘일심, 무경계-온새미로 2022’이 반겨준다. 행궁동 예술의 대가라고 불리는 이윤숙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대안공간 눈을 운영하며 행궁동 일대에서 수집한 자연물, 생활용품, 작품의 흔적 등 다양한 오브제를 모아왔다. 이를 거대한 원으로 표현해 행궁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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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유람 행행행> 전시 전경

눈에 띄는 작품은 금정수 작가의 ‘수원천변에 사는 사람들’ 시리즈다. 금정수 작가는 행궁동 지역 오래된 가게에 주목했다. 흥원솜틀집, 동래철공소, 종로 자전거는 오랜 시간 행궁동을 지켜온 가게다. 수원천 어귀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들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 손님을 대하는 가게 주인의 목소리 등 정겨운 풍경을 보고 들을 수 있다. 금정수 작가는 묵묵히 일하며 자신의 자리를 빛내고 있는 이들의 평화와 소소한 행복이 오래가길 바라며 그림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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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정재영作 '해피야, 힘을 내!' / (오) 황은화作 '또 다른 시각-관계'

2부 ‘행인(幸人)들’와 3부 ‘유람행(行)’은 주민과 예술가들이 만든 행궁동의 역사와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행궁동을 거쳐간 예술가들은 행궁동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고 벽화, 예술제, 대안공간 등에 자신들의 흔적을 작품으로 남겨놨다. 미술관 밖을 나가 행궁광장, 수원천, 벽화마을 등 곳곳에서 작품에 담긴 행궁동을 접하고 행궁유람을 즐길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장단 학예사는 “행궁동의 문화예술은 주민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예술가들이 모이는 구심점으로 활용됐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행궁동을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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