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 참사’는 모든 국민에 악몽의 역사다. 1999년 6월30일의 일이었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수련원 건물이 화마에 휩싸였다. 화재 경보기,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차는 2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숙소가 순식간에 거대한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 속에서 23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채 꽃도 못피운 유치원생들 19명도 거기 있었다. 건물, 소방, 운영 등 숱한 불법이 뒤늦게 확인됐다. 많은 공무원들이 처벌됐다. 현직 군수의 정치 생명도 끝났다.
그 참변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씨랜드 자리 옆에 들어선 카페와 식물원 논란이다. 지난 2004년 건물 3동이 들어섰다. 2019년에는 인접한 땅에 식물원이 세워졌다. 2020년에는 건물 가운데 한 동에 카페가 문을 열었다. 건축주는 과거 씨랜드 수련원장과 딸이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 유족 등 사건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참변이 있었던 곳에서 어떻게 ‘그 사람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사건 이후 수련원장은 법적 처벌을 받았다. 시간도 23년 흘렀다. 사유재산에서 이뤄지는 영업 행위다. 과거 사건과 연결해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부당한 마녀 사냥’이라는 의견도 일리 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이 맞으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현재 영업행위가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만일 또 다른 불법이 이뤄지고, 그를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본보가 살폈더니 불행히도 그랬다. 카페는 식물원 등을 허가 없이 영업장으로 운영했다. 시에 적발돼 시정명령까지 받았다. 허가 내용과 달리 건물 2개 동을 확장했다. 2020년 8월과 2021년 6월 두 차례 고발됐다. 신고 허가 없이 지어진 불법 건축물도 세곳이나 된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상태다. 씨랜드 참사 바로 그 부지인 시유지를 고객 주차장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다. 이미 4차례나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위법 행위다.
뭐가 억울하다는 것인가. 23년 전 씨랜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도 탈·불법 투성이였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위험 천만한 구조물이었다. 소방로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었다. 양어장을 수영장으로 무단 변경해 시설로 썼다. 시설 내에 무허가 소규모 놀이동산을 운영했다. 시에 적발된 불법이 수두룩했다. 시가 시정 명령 등을 내렸다. 그래도 배짱 영업을 계속했다. 지금과 많이 닮았다. 행위자도 그때 그 사람이다. 뭐가 억울하다는 건가.
어른들이 안 지킨 법 때문에 19명 유치원생들이 소사(燒死)했다. 차원 높은 도덕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반 시민에 요구되는 준법 정신이라도 좀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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