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때 이렇게 썼다. “이 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한글 간판도 찾아 보기 어렵다. 어쩌다 한국인을 만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외국인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고, 한국인들에게는 이국(異國) 같은 곳이다”.
▶그 글은 이렇게 이어졌다. “한국인이 이곳에 오면 졸지에 이방인이 된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다양한 피부색과 다채로운 모국어들.... 플랫폼을 나오면서부터 만나는 환승센터부터 딴 나라 같다. 마치 낯선 외국 공항에 내린 것 같다”. 꼭 2년 전 이맘때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를 찾았을 때 얘기다.
▶간판들도 외국어 투성이다. 음식점과 상점 등은 물론 은행 등의 간판들도 그렇다. 현지 문자를 크게, 알파벳과 한글 등은 작게 써넣었다. 그래서일까.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한복판에 서면 한국인지, 중국인지, 베트남인지, 러시아인지 당최 헷갈린다.
▶피부색이 다양한 외국인들과 어깨를 마주치다 보면 다양한 과일 가게들도 보석처럼 숨어 있다. 음식점도 지구촌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10곳에 중국 8곳, 베트남과 파키스탄과 네팔 등이 각각 4곳이고 태국도 3곳이다.
▶다문화 학생들도 많다. 지난 2019년 4천605명, 지난 2020년 4천982명, 지난해 5천539명 등 최근 5년 새 1.6배 늘었다. 전체 학생 중 비율도 지난 2019년 6.15%, 지난 2020년 6.99%, 지난해 7.93% 등 해마다 1%씩 늘고 있다. 안산시와 교육 당국 등이 갈수록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해 교육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현듯 신경림 시인의 ‘시외버스 정거장’이라는 작품이 떠올려진다. “을지로 육가만 벗어나면/내 고향 시골 냄새가 난다/질퍽이는 정거장 마당을 건너/ 난로도 없는 썰렁한 대합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이곳은 어쩌면 그들만의 ‘을지로 육가’가 아닐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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