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빔으로 완성된 사진’…한정식 '고요' 아름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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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I012 문경 2012, 114cmx114cm

사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사진의 피사체와 작가의 내면이 만나는 찰나의 순간이다. 사진가가 눈앞 피사체가 사물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사진은 완성된다. ‘한국 추상사진의 선구자’인 한정식 사진작가(85)의 사진 철학이다. 한정식 작가는 1960년대부터 작가는 피사체의 형상성을 초월해 존재의 본질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여러 물질을 찍으며 한국 사진사에 발자취를 남겨 왔다.

이러한 한정식 작가의 고유한 예술 세계와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사진 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 <고요>가 오는 29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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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H078 공주 2012, 114cmx114cm

한정식은 그의 관념 속에 있는 세계에 대한 본질을 ‘사진적 추상’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사진이 추구하는 것은 추상의 세계이며 이는 사진의 예술성을 향해 있는 것이다. 한 작가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추상적 관념의 세계”라며 “사진이 사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지우고 사진 그 자체를 제시해야 한다”고 그의 사진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같이 그가 50여년 동안 만들어온 사진 세계와 철학을 담은 것이 그의 ‘고요’ 시리즈다. 한 작가는 모든 대상과 움직임의 중심은 고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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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F014 홍천 2008 , 114cmx114cm

한정식 작가는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대상에 접근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홍천’, ‘태안’, ‘화엄사’, ‘양양’ 등 14점의 ‘고요’ 시리즈 역시 대상에 자유롭게 접근한 사진들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장소에 대한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의 본질에서 벗어나 사진으로 담은 그의 정적, 텅 빔을 알아본다면 한 작가의 사진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을 형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으며 정제해 낸 고요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홍채원 예술공간 아름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정식 작가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 온 ‘고요’의 세계를 조망한다”며 “한국의 사진 예술을 대표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사진 본연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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