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국회’로 바꿔 볼 생각 없는가/수원 첫 국회의장, 김진표에 제언

수원 출신 김진표 의원이 국회의장에 오를 것 같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자로 선출됐다. 다수당이 의장을 맡는 것이 국회 관례다. 수원은 경기도청 소재지다. 인구에서 전국 최대 지자체다. 정치적으로도 단일 시에 지역구가 5개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럼에도 수원 출신의 중앙 정치 역할은 미미했다. 고(故) 이병희 전 의원이 있었다. 역대 수원 최다선인 7선이다. 그의 마지막 선거 구호가 ‘수원 출신 국회의장’이었음은 유명한 일화다.

당내에서의 경선 과정이 팽팽했다. 이상민·조정식(5선), 우상호(4선)의원이 4파전을 벌였다. 지방 우선, 강경파 우선 등을 앞세운 경쟁자들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조용히 소신을 피력하는 모습을 견지했다. 이를 본 의원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총 166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89표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2위(57표)보다 32표나 많은 일방적 당심이다. 5선 관록과 행정 이해력, 협치 적합성 등을 두루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출 직후 김 의원이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혔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확실하게 작동하는 국회, 의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회, 많은 성과를 내는 민생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적절한 소감이다. 이 과정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 부분이 지적 받기도 했다.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따질 것 없다. 선출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것 뿐이다.

우리도 이제는 지역으로 ‘김진표 의장’을 평하지 않겠다. 경기도 또는 수원에 국한된 활동을 요구하지도 않겠다. 성공한 국회의장의 모습 자체로 경기도와 수원에는 더 없는 역사가 될 것이다. 대신, 그 성공한 역사를 위해 한 가지 제언해 볼까 한다. ‘김진표’만이 만들 수 있는 국회가 있을 것이다. 최고의 경제 관료·전문가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최초의 정치인이다. 이 능력, 특히 경제 능력으로 국회의 틀을 바꿀 수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 건 경제부처다. 경제부처를 견제하는 게 국회다. 그 견제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다. 꾸려온 예산 따지고, 줄이고, 늘린다. 이 국회 역할을 좀 더 생산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 나라 살림에 국회가 동참하는 모습 말이다. 경우에 따라 경제부처에 대한 개입 확대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경제부처의 자율성 확대가 될 수도 있다. 굳이 표현하면 국회와 경제부처의 동반자 관계 정립이다. 그 방식은 구조적이고 상시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경제 국회’라고 칭할까 한다. 우리 건의는 거칠다. 김 의원이 세련되게 접수했으면 한다. 경제부총리 자격으로 국회를 접해봤잖나. 이제 국회 의장으로 경제부처를 접하게 된다. 누군가 ‘경제 국회’를 상상한다면 그 적임 의장은 김진표다. 2018년 당 대표 경선에서 그가 쏟아내던 구호가 생생하다. “금융개혁을 통해 기업이 팡팡 돌아가는 나라”다. 그 꿈이 여전하다면 국회도 또 하나의 현장이다. 의장으로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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