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출범 당시 법조인 46명이 입성하면서 정계를 장악한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법조인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검찰 출신 대통령까지 선출되면서 법조인의 활약에 기대감이 고조되는 한편,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내달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를 비롯한 광역단체장 선거에 법조인 출신 9명이 출사표를 냈다.
먼저 ‘수도’ 서울특별시장 자리에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연수원 17기)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26기)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일조권 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오 후보는 국내 최초로 일조권이 헌법상 환경권으로 인정받는 판례를 이끌어냈고 ‘환경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각인됐다. 이후 3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뒤 4선에 도전하고 있다.
당 대표를 역임한 송 후보는 대선 이후 직을 내려놓고 연수원 선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제16대 총선에서 처음 ‘금배지’를 달며 함께 국회에 입성한 정치적 동기이기도 하다. 각각 고려대, 연세대 출신인 걸 두고 ‘연고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선의 연장전으로 평가되며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3위 자리를 수성 중인 무소속 강용석 후보(23기)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기초단체장 후보에선 법조인 출신 9명 중 5명이 경기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선 검찰 출신 후보들이 눈에 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부장검사를 역임한 김용남 후보(24기)는 수원시장에 출마했고,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서울동부지검 검사를 거쳐 국회의원을 지낸 주광덕 후보(23기)는 남양주시장에 도전했다.
민주당에선 변호사 출신들이 활약 중이다. 김종천 후보(30기)와 엄태준 후보(30기)는 각각 과천시장과 이천시장 자리를 놓고 나란히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부천시의회 고문변호사를 역임한 조용익 후보(21기)는 부천시장에 출마했다.
국회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법조인 출신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근 “지방의정은 야심찬 법률가들이 독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부패한 지방정치에서 활약하는 변호사 등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장성근 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인권이나 사법체계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정당 활동을 시작하는 순간 이해관계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정치환경에선 법조인으로서의 소신을 펼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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