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19일 이런 판결이 있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무효에 대한 다툼이다. 소송 제기자는 대전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 2인이다. 21대 총선에서 패한 이들의 소 제기 이유는 ‘지원금 살포’다.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이 있는 대전광역시와 유성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핑계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뿌렸다. 이는 금권선거에 해당해 무효다.” 대법원이 이날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선거 과정상 제3자의 위법행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세인의 관심은 적었으나 현실 정치에는 중요한 의미를 던진 판결이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선거 전 퍼주기’가 위법하지 않다는 최종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판례가 성립된 이후 금전 살포에 대한 위법 시비는 의미 없어졌다. 명분만 있다면 얼마든지 뿌려도 된다는 선언이었다.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그런 퍼주기가 또 시작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가경정 예산안이 처리됐다. 29일 여야가 합의했고 이르면 오늘부터 지급이 시작된다. 수혜자는 전국 371만여 사업자다. 가족까지 계산하면 1천만명에 육박한다. 지급액이 600만원에서 최대 1천만원이다. 뿐만 아니다. 특별고용·프리랜서·문화예술인 지원, 법인택시·전세버스 기사에 대한 지원도 결정됐다. 투표할 동사무소에서 지원금을 받아가는 ‘표-지원금’ 맞교환이다.
하필 나흘 전인 26일 매일경제 여론조사가 있었다. 매트릭스가 경기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다. 거기서 우리가 주목한 항목이 있다.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시장(또는 도지사)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 경기도 지역 응답자들의 50.9%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영향이 없다’는 42.9%, ‘모름·무응답’은 6.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있다.
구태여 여론조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원금 살포와 득표의 상관 관계는 작금의 선거 결과가 증명한다. 민주당에 압도적 의석을 안겨준 2020년 총선이 그랬다. 선거 직전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있었다. 집권 여당 당 대표 등이 계속 지급 액수, 시기 등을 공언하며 띄웠다. 3월 대선을 앞두고도 대규모 정부 지원금이 뿌려졌다. 대선일을 보름 앞둔 2월23일부터 뿌려진 소상공인 2차 방역 지원금이다. 민주당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 선거였다.
그걸 이번엔 국민의힘 정부가 그대로 하는 셈이다. 누구 하나 막아서는 정치 집단도 없다. 민주당이야말로 ‘지원금 선거’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가,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당을 압박해 지원금 대상, 액수를 늘렸다. 그리고 ‘우리가 더 늘렸다’며 홍보하고 있다. 대법원은 ‘괜찮다’고 판결하고, 여당은 ‘저 당이 먼저 시작했다’고 하고, 야당은 ‘우리는 더 주자고 했다’고 한다. ‘퍼주기’에는 보수 진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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