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뜬금 없다. 느닷없이 던진 판세 전환용 화두인 것 같다. 이를 풀어가는 후속 설명의 엉성함에서 역력하다. “서울 강남 쪽은 청주공항을, 동쪽은 원주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X용 해저터널을 뚫어 대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으로 비행기는 수직 이착륙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도 했다. 모두 제주도민의 표심을 겨냥한 보완책이다. 김포공항 이전 주장에 ‘제주 관광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지지층, 일부 언론에서 비웃음이 이어진다. 합리성을 따지고 보면 비웃음 살만도 하다. 서울에서 제주 비행 시간은 대략 50분 전후다. 이를 위해 서울시민에게 원주와 청주까지 가라는 얘기다. 서울 도심 교통 체증 등을 감안해도 무모한 주장이다. 전남 보길도부터 73㎞ 해저터널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 길이면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보다 긴 세계 최장이라고 한다. ‘수직 이착륙기’를 공항 폐쇄 사유로 든 것도 무리다. 양질의 공약으로는 안 보인다.
하지만 ‘김포공항 피해’를 그렇게 비웃고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김포공항 소음으로 인한 피해 지역은 경인 지역에 많다. 지난 2019년 ‘전국 공항소음대책 지방자치단체 실무협의회’란 단체가 결성됐다. 공항 소음 피해가 극심한 전국 14개 지자체 모임이다. 이 협의체에 김포시·부천시·광명시, 인천 계양구·중구·옹진군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항로를 따라 형성되는 국지적인 소음 피해 지역도 있다. 용인, 의왕, 안양 등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이들 지역 주민에 김포공항은 수십년간의 고통이다. 최근 들어 이 피해에 대한 접근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포공항 이착륙 소음 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적인 접근도 이어지고 있다. 이 논제에 불을 그어댄 셈이다. 김포공항 폐쇄 또는 이전이 공약으로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이들 지역에는 이슈다. 절대로 비웃어 넘길 허투른 소리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테이블 위에 올려 논의해보려는 기대가 있다. 이들의 눈에 비웃음 일색인 국민의힘 대처가 좋아 보일 리 없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이후 이슈가 바뀌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의 설전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선거의 중심에 섰다. 닭뼈 그릇 투척, 여론 조사 추락 등 조잡한 이슈에서 큰 틀의 토론으로 옮겨갔다. ‘이슈 파이팅’에 동물적 감각을 보여온 이재명 후보다. 이번 논란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전술인가. 그건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지역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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