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향한 그리움 담은 '박상천' 시인 40편의 시 '그녀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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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시인이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40편의 시로 엮은 <그녀를 그리다>(나무발전소 刊)가 출간됐다.

시집에는 슬픔을 꾸역꾸역 삼키며 보낸 시인의 10년의 시간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옮겨졌다.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돼 1부에선 ‘이젠 전화기에 그의 이름이 뜨지 않은 지 / 시간이 꽤 지났지만 / 난 아직 그의 번호를 지우지 못한다.…고맙고 미안했던 그녀에게 / 응답 없는 전화라도 걸고 싶기 때문이다.’(-「전화」 중)라며 갑자기 떠나버린 아내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현한다.

2부에서는 ‘당신이 참 좋아했던 꽃, 능소화. / 당신, / 딸과 남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 이렇게 넘겨다보고 있나요?’(-「능소화」 )라며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리며 성찰하는 시인의 마음이 쓰였다.

3부에서는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며 긴긴 그리움과 사무침을 뒤로 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며 삶을 살아내는 시인의 마음이 읽혀진다. ‘이제 여기서 당신에 대한 시는 . 마무리하려고 한다…그 견디기 어려웠던 상처도 / 시간이 가니 조금씩 아물게 되었고 / 당신 산소에 가는 횟수도 점차 줄게 되었듯 … 이제 그냥 멀리 있는 친구, / 잘 지내려니 생각하며 살려고 한다 // 잘 지내, / 가끔 찔레꽃, 능소화, 수국으로 / 당신이 보낸 소식 들으며 / 나도 그렇게 지내 볼게 안녕.’(-「그녀를 그리다, 마지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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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옮긴 시에는 30여 년 간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 했던 아내와의 일상과 추억이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주말농장 텃밭 한 편에 따뜻한 봄 햇살 속에 씨를 뿌리던 중년 부부의 모습과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노래를 들으며 서로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부부의 모습 등 시인의 일상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옮긴 듯 해 더 와닿고 가슴이 시린다. 하지만 시인은 아내가 없어도 뜨끔거리는 통증을 견디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우리 인생엔 어느 날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한 어둠 속에 버려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문득 내 삶에 찾아온 절망과 고통에 관한 기록인 이 시들이 그런 분들께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책을 마무리 했다.

한편 시인 박상천은 전남 여수 출생으로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보낸 겨울 하루>, <낮술 한잔을 권하다> 등을 펴냈다. 한국시협상,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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