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장애인 7만명, 정원은 70명 뿐…갈 곳 없는 성인 장애인

성인장애인 7만명인데, 평생교육센터 정원은 70명 뿐…
갈 곳 없는 성인 장애인, 돌봄은 각개전투

인천지역 성인 지체·발달장애인이 7만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서구에 단 1곳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곳의 수용 정원이 70명에 그쳐 나머지 성인 지체·발달장애인의 돌봄은 오롯이 가족 몫이 되고 있다.

1일 인천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지체·발달장애인은 미성년자일 때까지는 학교 등에서 돌봄을 받고 있지만, 성인이 되면 통학보조서비스와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특수교육대상자 방과후학교 등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인천시교육청이 지원하는 활동 바우처인 ‘참 좋은 카드’의 지원도 끊긴다. 이외에도 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여러 치료 활동도 받을 수 없다.

인천 서구에 사는 A씨(58)는 지체·자폐 장애를 가진 딸(23)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딸이 학생이던 때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도왔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부터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딸을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A씨의 딸은 거동이 불편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활동지원사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주간활동센터도 가봤지만, 아이 상태를 보더니 맡을 수 없다고 했다”며 “서구의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지원을 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떨어졌다”고 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B씨(62)는 시간이 갈수록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딸(27)을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친다고 했다. B씨는 “딸이 고집을 피우면 성인 남자가 때리는 것처럼 힘 조절이 안된다”며 “성인이 되면서 힘이 세지는 아이를 보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날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B씨의 딸은 대소변을 혼자 볼 수 없어 1시간마다 화장실을 가야한다. B씨는 “1시간만 자리를 비워도 그냥 있는 자리에 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B씨의 딸은 1일 6시간만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고, 나머지 18시간은 B씨에게 의존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성인 지체·발달장애인들이 돌봄과 자립생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는 기초지자체 10곳 중 서구 단 1곳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계양·남동·미추홀구가 센터 설립에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 모두 40~70명 수준의 수용인원을 계획하고 있어 성인 장애인 돌봄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정경미 팀장은 “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턱 없이 부족하다”며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산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돌봄 체계를 점검하고 24시간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24시간 활동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평생교육센터 담당 부서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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