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교육적 교육감 직선제, 다른 길은 없나

전방위 한류(韓流) 시대다. 손흥민, 송강호, 박찬욱 뿐만 아니다. 김치며 간장, 된장, 김까지 세계로 나아간다. 그 시작은 삼성, LG, POSCO 등 땀과 열정으로 세계 시장을 일궈낸 우리 기업들이다. 그런데 유독 그 대열에서 한참 낙오된 분야가 있다. 정치와 교육이다. 3류 4류를 다투는 정치야 그렇다 쳐도 우리 교육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들에게는 거대한 소란이었겠지만 제8회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것이 교육감 직선제라는 문제적 제도다. 깜깜이 선거 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형식 논리는 다들 알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굳어졌다. 그 뿐인가.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제 선거이면서도 돈이 궁한 출마자들은 또 손을 벌려야 한다. 그래서 당선이 되고서도 부정부패에 연루돼 감옥을 들락거린 사례가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본래 취지는 그러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교육감 직선제는 매우 비교육적인 모습이 돼 있다. 학생들에게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선거는, 정치는 다 그런 것이라 할 것인가. 유권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후보자들을 잘 몰라서 빚어지는 깜깜이 선거는 사회적 비용 부담만 키워나간다. 지난 주말 사전선거 때도 유권자들은 선택이 어려워 대충 찍거나 그냥 패스(기권)했다고들 했다. 기호를 표기했던 직선제 초기에는 거대 정당을 떠올리게 하는 1,2번이 어부지리를 얻어 당선되기도 했다. 이제는 후보 이름을 가로로 배열하되 선거구마다 이름의 배치 순서를 달리해 인쇄하는 순환배열 방식이다. 낭비와 혼란을 부채질하는 고육지책이 이어진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모르쇠 하는 것이 낙후된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닮아있다. 유권자 모두가 교육의 이해 당사자는 아니다. 교육감 선거는 초·중·고 학부모와 교사, 교육공무원 등에만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는 교육감 선거 때마다 일상화된 단일화 논란도 비교육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자적 소양보다도 단일화 솜씨가 우리 아이들에게 더 중요할 것인가. 이참에 허울만의 정치중립을 벗어 던지고 아예 정당공천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도지사 후보와의 러닝메이트제 도입 논리다.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지방의회에서 선출하자는 논의도 있다. 직선제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유권자는 대충 찍고 단일화가 교육 수장으로 가는 지름길인 사회적 낭비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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