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당사자 철거 원칙... 선관위 '관리소홀 탓'
인천지역 기초단체가 6·1 지방선거 기간 동안 각 후보가 게시한 선거 현수막을 시민 혈세로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행법상 선거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설치한 당사자가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선관위는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할 수 있다.
이같은 규정에도 대다수의 후보들이 선거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는다. 흉물처럼 방치된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인근 주민 불만을 가중한다. 결국 각종 선거가 끝난 뒤 선거 현수막 민원이 폭증하고 해당 지역 지자체는 민원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지자체는 모두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을 들여 선거 현수막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례로 선거가 끝난 지난 2일 인천 10곳 기초단체 중 미추홀·부평·연수·남동·계양·중구 등 6곳이 선거 현수막 철거 작업을 실시했다. 서·동구와 강화·옹진군 등 4곳은 최대 7일까지 기다린 후 선거 현수막을 철거할 예정이다. 구청 입장에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시민 입장에선 쓰지 않아도 될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해당 문제가 반복하는 이유는 선관위의 관리소홀이 가장 먼저 꼽힌다. 공직선거법 제276조에 ‘선거일 후 지체없이(자진 철거한다)’라는 문구 기간이 명확하지 않아 차일피일 단속을 미루는 사이 그 부담은 자연스레 관할 기초단체로 넘어가는 구조다.
선관위는 동법 7항에 따라 선거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에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실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선관위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자진 철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출마한 후보자가 선거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는 모범을 보였다면 선관위의 관리소홀 지적도, 관할 기초단체의 혈세 낭비 논란도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지영일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후보들이 현수막 철거를 나 몰라라 하고 기초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철거하는 악순환이 매번 선거 때마다 반복하고 있다”며 “후보들은 투표를 받기 위해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뒤 현수막 철거 뒷감당을 안 하는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문제가 있다. 마무리까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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