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그래도 박지현을 변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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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니스트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도 87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대표는 물러났지만 여진이 그치질 않고 있다. 강성 민주당은 박 대표가 선거 막판 당의 쇄신을 요구하고 당내 문제를 사과한 것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식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 사실 그의 행동이 시기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이는 면이 있기는 하다. 민주당 국회의원 64%가 586세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 단체장 17명 후보 가운데 50%가 역시 586세대였다. 더욱이 민주당을 이끄는 지도부,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 대표, 우상호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 등등, 철벽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이 586세대다. 여기다 대고‘586 물러가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무모한 일이다.

그것도 이제 갓 26세의 여성 당직자가 단신으로 돌을 던진 것은 놀랄 일이다. 그는 겁 없이 그렇게 돌을 던졌다. 마치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골리앗에게 돌을 던져 이마를 맞힘으로써 그 거인을 쓰러뜨린 고사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블리셋의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침략한 골리앗은 “꼬맹이가 겁도 없이 덤비느냐”고 다윗을 조롱했지만 결국 그는 다윗이 던진 돌에 이마를 맞고 쓰러졌으며 블리셋 군대는 장수를 잃고 당황해 무너지고 말았다.

물론 박지현 대표는 다윗처럼 586 거물들을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586세대의 퇴진을 요구한 지 3일 만에 자신의 돌팔매질을 사과했으며 특히 윤호중 대표에게는 더욱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일단 사태는 봉합됐다. 이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3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고도 했고 강성 당원들은 대표직을 떠나라는 등 1만개의 문자 폭탄을 퍼붓기도 했다. 그렇게 뭇매를 맞는 박 대표를 위해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치인이기 앞서 용기 있는 여성이다. 군함처럼 거대한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지금까지 감히 누가 그것을 깨자고 주장했던가. 하지만 박 대표는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청산하고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586세대들의 퇴진을 말했다.(그 이후 586전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참 대단한 도전이다. 비록 늦게라도 민주당이 그의 제안을 수용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특히 박 대표의 주장 가운데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팬덤 정치의 종식이다.

논리도 합리적 명분도 없이 이념의 틀에 갇혀 군대처럼 움직이는 팬덤 정치는 지금도 조국 전법무장관의 사태를 일컫는 소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으며, ‘검수완박’에서 보듯 강성 당원들에 의해 폭주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성 비위사건에도 내로남불의 윤리적 오만함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른바 반지성주의. 바로 이 때문에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박 대표의 용기 있는 발언에 공감을 했던 것. 비록 그 목소리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해도 그 용기마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좌절하지 말고 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미국의 존F.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명저 ‘용기 있는 사람들’에서 진정한 용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 했고,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용기의 진정한 의미는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이라 했다.

26세의 앳된 박지현 대표가 순수하게 바라본 정치의 음습한 내면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산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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