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당선인의 국민의힘 도당 방문/‘78 대 78’ 협치 이끌 적절한 행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7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그로서는 경쟁 상대 정당을 찾은 셈이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인 김성원 의원도 만났다. 정당과 진영을 뛰어 넘어 도민을 위한 도정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인수위에 국민의힘 추천 인사를 포용하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도지사 당선인이 취임 전 행보로 상대 정당의 도당을 찾은 것 자체가 의미 있다. 당선인 신분에서 전례가 없다.

지방 선거에서 각 정당의 도당은 전장의 사령부와 같다. 자당 후보 승리를 위한 전략을 총괄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경우 각 도당은 선거본부를 대신한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양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선거 전략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당의 도당은 선거 후에도 앙금의 상징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김 당선인이 그런 국민의힘 도당을 선거 6일만에 전격 방문한 것이다.

경기도 지방 정치는 이번 선거로 유례 없는 양립 구도를 형성했다. 경기도지사가 민주당이고, 시장군수 다수가 국민의힘이다. 경기도의회 구성도 절묘하다. 국민의힘 78석, 민주당 78석으로 같다. 당장 전반기 의장 선출부터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회 집행부는 경기도정에 직접적인 상대다. 김 당선인이 도정을 펴가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미리 국민의힘과 협치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방문의 정무적 해석이다.

우리는 이보다 더 큰 그림을 기대한다. 눈 앞의 정치 셈법을 넘어서는 협치의 근원적 실현이다.

과거에도 협치를 강조했던 도정은 있었다. 남경필 도지사 시절의 노력은 특히 유명했다. 승자의 몫이던 부지사 한 자리를 야당에 넘겨줬다.

산하기관장의 절반도 민주당에 내 줬다. 본청의 보건복지 등 본청 3개국 관장권도 줬다. 오죽했으면 같은 당에서 ‘죽 쑤어서 남 줬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가 목격한 경기도 역사 최대 협치 실현이었다.

책임 정치에 맞느냐는 이견이 있었다. 행정 효율성이 무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도지사의 대권 가도에 도정이 이용됐다는 비난도 있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과 비난이다. 실제로 남 지사는 지사 대임 중 대권에 도전했다. 우리도 그 정도 수준의 협치·통합을 권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 여야가 적대적 관계로 흐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다. 78석과 78석이잖나. 충돌하면 도정은 아무것도 안된다. 김동연호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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