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르는데 쌀값만 폭락…경기지역 농민 ‘울상’

45년만에 최대폭 ↓... 지난해 5만8천980원→4만7천580원으로

쌀값 폭락. 연합뉴스

“정부가 제때 쌀을 매입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쌀값은 계속 떨어지니 죽을 맛입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고물가 행진과는 상반되게 쌀 가격은 폭락해 경기 지역 농민들의 신음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격리’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30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0㎏당 산지 쌀값은 18만2천136원으로 전년 대비 1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45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쌀 20㎏당 도매 가격도 지난 27일 기준 평균 4만7천580원으로 지난해 기록했던 5만8천980원에 비해 24% 하락했다.

이같이 쌀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작년에 도래한 이른바 ‘풍년’이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농민들은 쌀 수요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었던 만큼 이에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하는 정부가 시장격리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격리는 수확기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때 수급 조절을 위해, 예상되는 초과 공급량을 매입하는 제도다. 수확량이 폭증했던 작년 10월 말 올해 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측됐음에도 정부가 당시에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주에서 6천평 벼농사를 짓는 이형민씨(58·가명)도 창고에 지난해 수확한 나락(도정 안 한 볍씨)이 창고 가득 쌓여 있어 걱정이 한가득이다. 농민들 사이에선 여주 쌀 품종인 ‘영호진미’나 ‘진상’의 올해 수매가격이 작년보다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푸념 섞인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 이씨는 “작년 수확 시기부터 이 같은 연쇄 부작용이 뻔히 보였는데 정부는 대체 뭘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에서 벼농사에 종사하는 안경호씨(52·가명)도 상황은 마찬가지. 안씨는 주변의 일부 농민들은 쌀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10㎏당 약 4만4천원대였던 쌀 가격을 3만원 수준까지 ‘후려쳐’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정부는 3차 시장격리를 단행해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정부도 부랴부랴 시장격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차 시장격리를 단행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2차 시장격리를 통해 지난해 생산된 쌀 12만6천t을 매입하고 있다. 농민들의 3차 시장격리에 대한 요구가 거센 만큼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종합적으로 판단 후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쌀값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관계 부처와 협의 후 시장격리가 이뤄지게 되니 농민들이 보기엔 시기를 놓쳤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현재 3차 시장격리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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