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표 의장의 일성 ‘개헌하겠다’/그에겐 아주 오랜 정치 소신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했다. 4일 국회에서 인사말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이 ‘개헌’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35년 된 낡은 헌법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정치 중립, 삼권 분립 등 익숙했던 국회의장 인사말과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말만 놓고 보면 개헌의 직접 동기는 5·18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광주를 방문했던 지난달 18일에도 천명했었다. 당시 그는 “내가 국회의장이 되면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말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광주 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김 의장의 개헌 의지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을 주문한다. 당시 그가 주장했던 개헌의 필요성은 제왕적 대통령제·승자 독식 구조의 종식이다. 2018년에는 개헌을 위한 토론회까지 국회에서 주관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했다. 국정자문위원장 출신으로 실행의 전면에 섰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개헌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이었다. 예산권과 감사권, 인사권을 상당 부분 국회로 넘기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개헌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김 의장의 이날 개헌 주장은 이런 과거를 조명해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밝혔듯이 윤석열 정부 역시 헌법을 고쳐야 하는 ‘공약’을 던져 놓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급진전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헌이라는 것 자체가 최상의 정치 행위다. 여야 정치권, 집권 권력층, 사회적 여론 등이 함께 가야 성사된다. 발언 한 번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과 합리성이 증명된다면 파장은 얼마든지 확산되고도 남는다. 5선 국회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국민의 삶’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런 개헌을 중앙 정치만 전유할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의 지역구인 수원·경기도에서 토론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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